서울 한복판서 핼러윈 참사…154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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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서 핼러윈 참사…154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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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에 등장한 추모 릴레이   SNS 캡처


이태원 폭 3.2m 골목서 수천명 엉켜 압사

남가주 한인들도 발동동…각계 애도 성명



주말인 지난 29일 핼러윈데이(31일)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해밀톤 호텔 옆 폭 3~4m 골목길에서 수천명이 연쇄적으로 엉켜 154명이 압사하고 132명이 다치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지난 2014년 304명이 숨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규모 인명 피해 사고였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가운데 98명은 여성, 56명은 남성이었고 대부분 20대였다. 153명에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등 10대가 4명이 포함됐으며 외국인도 26명이 숨졌다. 외국인 사망자들은 미국, 일본,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등 14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로 확인됐다.


29일 이태원 일대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면서 오후 9~10시에는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거리가 붐볐다. 사고가 난 골목은 길이 40m, 폭 3~4m로,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해밀톤 호텔 뒤편의 세계음식문화거리 방면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이었다. 29일 오후 10시 15분쯤 이 골목길 오르막 위쪽 부근에서 사람들이 우수수 쓰러지며 겹겹이 뒤엉키는 일이 생긴 것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수많은 사람 아래 깔리거나, 사람 사이에 끼어 압력이 높아지면서 압사하는 사람이 잇따라 나온 것이다.


익명을 원하는 한인 박모(LA거주)씨는 "사고 당일 분당에 사는 지인이 발을 동동 구르며 연락이 왔었다. '독일 사는 딸이 남자친구와 함께 여행와서 이태원에 놀러간다고 했는데, 몇 시간째 연락이 안된다.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는 얘기였다. 전화를 끊고 걱정돼 계속 문자 메시지로 상황을 묻는데 대답이 없어 밤새 같이 애를 태웠다"며 "한참 뒤에야 '딸이 무사하다는 연락이 왔다'고 전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멀쩡하던 젊은 친구들이 그렇게 되면 부모 심정이 오죽하겠나. 도대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데이브 민 가주 상원의원은 “비극적인 인명 손실은 가슴 아픈 일이다. 한인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이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수백 명의 희생자와 그 가족들과 함께 생각하고 기도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또 LA한인회도 "이번 사고는 미주 한인사회에도 큰 충격이다. 유명을 달리한 사망자와 부상자, 유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경찰과 당시 촬영된 현장 영상 등에 따르면 사람들이 한번 쓰러진 뒤에도 인파가 계속 골목 안으로 밀려들면서 넘어진 사람 위로 다른 사람들이 또 넘어져 6~7겹으로 사람들이 엉켰다. 특히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고 힘이 약한 여성들이 깔린 뒤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 피해가 컸다. 인파로 구급차 통행이 어려워 구조가 늦어진 것도 영향을 줬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날 10시 20분쯤 “인파에 사람이 깔렸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차로를 막은 인파와 일반 차량이 구급차 통행을 방해해 구조는 신고 접수 후 거의 1시간이 지난 후에야 시작됐다. 소방대원, 경찰이나 시민들이 골목길에 깔려 있던 수십명을 구조해 길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사망자 151명은 30일 오전 일산 동국대병원(16명)과 이대목동병원(7명), 성빈센트병원(7명), 평택제일장례식장(7명), 강동 경희대병원(6명), 보라매병원(6명), 삼육서울병원(6명), 성남중앙병원(6명) 등에 나뉘어 안치됐다. 30일 오후 2시까지 서울시에만 3500건 이상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각 병원 영안실 등에는 연락이 닿지 않는 자녀·친구들을 찾으려는 이들의 안타까운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29일 사고 당시 이태원에는 질서 유지와 마약류 단속 등의 목적으로 200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하지만 코로나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예년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충분한 인원을 배치하지 않는 등 경찰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종인·김수경·오주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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