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움직이는 조각(彫刻), 작은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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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움직이는 조각(彫刻), 작은 방주

웹마스터

대니얼 김

제너럴 컨트랙터


요즘 서울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작은 방주’라는 제목의 조각전이 열리고 있다. 작가 최우람 ‘움직이는 조각展’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와 관련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은 지구상의 이상기후변화, 다양한 역병발생, 사회·정치·경제적 위기로 인한 불안감, 양극화 현상 등으로 방향을 상실한 시대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에 '방주'라는 성경적인 텍스트를 주제로 조각전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시대의 모순된 욕망을 하나의 공연 형식으로 준비했다. 이를 통하여 관람객들과 함께 우리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질문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연은 매 시간 30분마다 열리고 있다. 시간이 되자, 공연시작을 알리는 신호음과 함께 곧바로 선박모양의 ‘방주’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방주는 길이 50피트, 넓이 20피트, 높이 8피트의 높이로 직사각형 형태다.육중한 철제와 폐종이박스를 재료로 만들어 졌다. 첨단 로봇기술로 구현한 상징적 방주다. 정교한 기계작동 설계가 방주를 춤추게 한다.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 로봇분야 업체 및 한양대 등과의 산학연계 협업도 돋보인다.


아무튼 전원 스위치가 작동하면서 양쪽 35쌍(총 70개)의 노가 벽처럼 머물러 있다가 각종 엔진과 모터, 암기어(Arm gear)들이 움직인다. 노들은 일제히, 때로는 한 쪽 혹은 부분적으로 날개를 펼치며 다양한 각도로 열리고 닫힌다. 마치 군무(群舞)를 추는 듯 하다. 방주 안에는 두 사람의 선장이 전방을 주시하며 앉아있다. 둘은 서로 반대방향을 응시한다. 머리 위에는 닻과 함께 등대에 달려있는 서치라이트가 분주하게 사방을 비춘다. 환경음악이라 불리우는 앰비언트 사운드(Ambient sound)의 반복음이 계속 흘러나온다. 


항해 중인지 정박 중인지 모를 애매한 닻과 함께 위기에 처해 있으면서도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인류를 비유하려는 것일까. 마주보는 흰 벽면에서는 ‘출구, Exit’라는 비쥬얼 작품이 동시에 투사되고 있다. 수많은 각양각색의 문들이 열리고 닫힘을 반복한다. 어두운 전시공간 내 방주와 함께 어딜 향할지 모르는 욕망을 들여다 보게한다.


출구는 있는가?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듯 문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전시장을 나서면서 언뜻 떠오르는 것이 있다. '스키마'(Schema)다. 심리학자들의 이론에 의하면 “스키마는 인간의 뇌를 형성하는 요소 중 외부로부터 지각되는 정보를 체계적이고 간편하게 처리하도록 돕는 구조, 형식, 혹은 인지의 골격구조”라고도 한다. 어쨌거나 새로운 예술작품 전시를 볼 때면 다가오는 게 있다. '미적충격'이다. 기존의 선험(先驗)적인 지식에서 체득 못 한 새로운 충격은, 평소의 인식이나 판단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최우람의 ‘작은 방주’도 새로운 스키마의 지평을 보여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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