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외국인인가, 재외국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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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재판부 정체성 정리 요구

법적지위 따라 법조항 적용 달라

한국 혈통엔 ‘재외동포비자’ 가능

한국내 취업, 장기 체류 문제없어



가수 유승준(45·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씨의 한국입국비자 발급을 둘러싼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유씨의 '국적 정체성'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특수성을 가진 사례지만, 미주 한인들의 1.5세 또는 2세 자녀들과도 멀지 않은 일이어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행정9-3부(조찬영 강문경 김승주 부장판사)는 22일(한국시간) 유씨가 LA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유씨 측에 "원고가 헌법 6조 2항에서 말하는 '외국인'인지 2조 2항에서 규정하는' 재외국민'인지, 아니면 둘 다에 해당하는 건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헌법 6조 2항은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해 그 지위가 보장된다"고 규정한다. 2조 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라고 돼 있다. 재판부는 유씨 측이 항소이유서에서 '외국인의 기본권'을 언급한 것에 대해 "원고의 경우는 말이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완전 외국인'은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LA총영사) 측에도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과 재외동포법상의 '재외동포' 사이의 법적 규율에 어떤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는지 법적 해석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씨를 법적으로 외국인으로 볼지, 재외국민으로 볼 지에 따라 재외동포법 적용 방법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재판은 유씨가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데 불복해 제기한 두 번째 행정소송의 항소심이다.


법적 지위에 대한 재판부의 의문에 2세 또는 1.5세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미주 한인들의 관심도 크다. 이에 대해 LA총영사관의 이성수 영사는 “설령 미국 시민권자라고 하더라도 재외동포법에 따라 직계 부모나 조부모까지 한국인 혈통이라면 여타 다른 외국인과 구분해서 법적 지위가 우대된다”며 “이를 테면 재외동포 비자를 발급받으면 한국 내 취업을 포함해 어떤 활동도 가능하고, 장기간 체류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영사는 “유승준씨는 특수한 경우다. 우선 병무청이 법무부에 입국 금지를 요청했고, 그 밖에도 여러가지 사유 때문에 총영사관이 비자 발급을 해주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7년 데뷔 후 ‘가위’ ‘열정’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유씨는 2002년 군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는 이후 한국 입국이 금지됐고 2015년 입국을 위해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했다 거부당하자 입국금지가 부당하다며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첫 소송을 냈다. 1,2심은 유씨가 패소했지만 대법원은 “과거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LA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재상고심을 거쳐 2020년 3월 확정됐다.


유씨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근거로 다시 비자발급을 신청했지만 재차 거부당하자 2020년 10월 두 번째 소송을 냈고 1심은 “첫 비자발급 거부와는 달리 LA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한 새로운 거부처분”이라며 “유씨의 국적이탈로 최전방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사병들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준 만큼 거부처분은 적법하다”며 LA총영사의 손을 들어줬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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