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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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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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퇴비화’를 보도한 LA타임스 뉴스 화면. LA타임스 ‘투데이’ 화면 캡처


시신 퇴비화법 통과에 한인사회도 비상한 관심     2단 컷


“자식들 부담주지 않는 방법” 비용은 중간 정도

일부 종교계는 반대 “죽음에 대한 품위 사라져”



가주 의회를 통과, 개빈 뉴섬 주지사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는 폐기물 감축법안 가운데 ‘시신 퇴비화법’에 대해 한인들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본지 9월 6일 A3면 보도>


익명을 요구하는 80대 한인 A씨는 “이젠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자식들이나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며 “매장이나 화장도 필요없이 시신을 흙으로 만들어준다는 데,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하는 지, 처리는 어떻게 되는 지 궁금하다”고 자세한 내용에 대해 문의했다.


‘시신 퇴비화법’은 2020년 워싱턴주에서 처음 제정돼, 이듬해인 2021년부터 시행됐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리컴포즈(Recompose)라는 기업이 연구 개발한 공정이 성공하면서 법제화를 앞당겼다. 리컴포즈는 워싱턴 주립대에서 기증받은 시신 6구를 인클로저에 넣고, 따뜻한 공기와 나무조각, 알팔파(콩과의 다년식물), 지푸라기 등의 유기물질을 이용해 퇴비화 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신은 육각 프레임으로 된 8피트 길이의 강철 실린더 세트에 안치되며, 심박조정기나 인공관절 등의 비유기성 재료들은 제거된다. 약 30일 동안 뼈와 치아까지도 분해돼 약 1입방 야드의 흙을 만들어내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두 개의 정원용 외바퀴 손수레를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의 양이 된다. 처리된 후에는 가족에게 돌아가거나, 생태 복원 프로젝트에 기증된다.


이 공정은 토양에 있는 탄소를 격리함으로써 대기 중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제거하여 1인당 약 1톤의 CO2(이산화탄소)를 절약할 수 있다. 시신을 화장하는 것은 화석 연료에 의존하며 매년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방부처리된 사체는 화학물질이 토양으로 침투할 수 있다.


시애틀타임즈에 따르면 리컴포즈의 경우 시신 픽업부터 서류작업, 프로세스, 옵션 선택 등을 포함해 5500달러 정도의 비용을 책정했다. 이곳은 이미 가주와 동부 지역에서도 의뢰가 들어오고 있는 데 장거리 비용은 추가 요금이 필요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화장보다 조금 비싸고, 매장보다는 조금 싼 편이다. 대신 웹사이트를 통해 고시된 가격이라 투명성이 보장된다.


워싱턴주에 이어 콜로라도와 오리건, 버몬트가 뒤를 따랐다. 가주의 경우 주하원 크리스티나 가르시아(벨가든·민주) 의원이 초당적 발의안으로 제출했으나 2020년과 2021년에 연속 고배를 든 끝에 이번에 의회를 통과했다.


가르시아 의원은 “당초 발의했을 때부터 이 법이 어렵고 불편한 개념을 다루기 때문에 거부감이 존재했다”면서도 “그러나 환경 문제와 매장으로 인한 토지 포화를 감안하면 이는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톨릭 교계가 "죽음에 대한 품위가 사라지는 방식"이라고 강력히 반대하는 등 종교적, 문화적 반감은 이 법안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가르시아 의원은 "나 자신도 가톨릭 신자이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견해의 차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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