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에베소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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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에베소 기행

웹마스터

대니얼 김

제너럴 컨트랙터


최근 열흘 일정으로 튀르키예(옛 터키)를 다녀왔다. 맨 먼저 도착한 곳은 하타이(Hatay)에 있는 수리아 안디옥

지역이다. 현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름성경학교'(VBS) 일원으로 방문했다. 찿아간 곳은 한국인 폴안(Paul Ahn) 현지 선교사 부부가 섬기고 있는 안디옥 개신교회다. 


하타이는 이스탄불공항에서 국내선으로 환승 후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다. 튀르키예 동부에 있는 이곳은 이란, 시리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래서인지 거리에는 페르시아, 아랍권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띈다. 며칠 간의 성경학교 일정 중에는 시리아 난민촌 어린이들을 위한 방문도 있었다. 난민 가정을 위한 쌀, 식료품, 생필품이 담긴 선물꾸러미도 상당량 준비했다. 


도착해 보니 사람들은 옹기종기 설치된 임시 천막과 벽돌로 만든 임시 가옥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그 곳 어린이를 위한 단막 성극(聖劇)을 공연했다. 때로는 깔깔거리며 지켜보는 수백 명의 어린이들의 눈동자가 마치 거울 앞에 반사되는 듯 맑게 빛났다. 


어린 관객들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찬 마당에서 팀원들의 열연이 이어졌다. 모든 일정을 마친 일행이 LA로 돌아오던 날, 필자는 추가 일정으로 잡은 ‘에베소 고대유적지’를 향해 ‘이즈미르'(Izmir)행 국내선 연결편으로 갈아탔다. 


현지에서의 에베소 공식지명은 에페스, 에페서스(Efes, Ephesus)로 돼 있다. 에베소 지역의 초입인 ‘셀축'(Selcuk) 시내에는 에베소 고고학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에베소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전시돼 있는 곳이다. 에베소 유적지 내 테라스하우스에서 발견된 돌고래를 타는 큐피드(에로스)상, 소크라테스 두상, 벽화와 제사장들의 조각 등 고대 에베소에서 발굴된 각종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1~2세기 때의 아데미신전에서 발굴된 아데미 대리석像도 볼 수 있다.


현지 미니버스 '돌무쉬'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에베소로 향했다. 성경과 관련해 에베소는 1세기 사도바울 및 요한과 관련된 도시다. 관련 소개서 중 일부를 옮겨본다. "바울은 두 번째 선교여행에서 AD 51년경 1년 반 동안 머물렀던 고린도를 떠나 가이샤라로 가기 전에 이곳을 방문했다. 바울은 세 번째 선교여행 중에도 이 도시를 선교거점으로 삼아 약 3년 동안 머물렀다”라고 나와 있다.(튀르키예 성지 가이드북, 장흥길 著, 2016).


고대 에베소 입구를 들어서면 맨 먼저 눈에 뜨는 것이 대극장이다.(Theater Gymnasium, AD125). 직경 약 500피트, 2만5000명을 수용하는 원형경기장 겸 극장이다. 그밖에도 당시의 에베소 도시 전체의 마스터플랜도 눈길을 끈다. 배치도에는 오·배수 등 도시기반시설은 물론, 경사지를 이용한 테라스하우스 등의 주거시설, 극장, 상점, 체련장 및 체육시설, 목욕장, 도서관, 교육시설, 각종 성벽과 성문 심지어는 감옥시설까지 나와있다. 


그중에는 당시의 상당수 건축물들이 아직도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거대한 스케일이 경이롭다. 이어서 기독교가 공인된 4세기 초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모친 헬레나가 세웠다는 인근의 성요한 바실리카교회로 발길을 옮겼다. 6개의 돔으로 덮힌 십자가 형태의 건물이다. 세로 약 450피트 길이로 된 4개의 돔과 가로 120피트 길이의 지붕은 두 개의 돔으로 덮여 있다.


건물 내부 한쪽에는 요한의 매장지가 대리석에 덮여 있다. 건물 중간에는 세례탕(Baptismal font)이 보인다.수세자는 서쪽으로 세 계단 아래로 내려가 물에 잠긴 다음, 동쪽 편의 세 계단 위로 올라감으로써 세례를 받는다. 세례탕 옆의 작은 사각분지는 의식용 성유(聖油)를 바르는 도유(塗油)를 위한 올리브 기름을 두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안내판에 나와있다.


튀르키예는 북으로는 흑해, 서쪽으로는 에게해, 남쪽으로는 지중해와 마주하고 있어서인지 요즘의 현지 날씨는 캘리포니아와 비슷하다. 오랜만에 떠난 단기선교에 이어서 방문한 에베소 성지를 둘러보니 수 천 년의 간격도 가깝게 느껴진다. 성경에 등장하는 지명(地名)들도 한결 친근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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