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학교캠프의 소중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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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학교캠프의 소중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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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사람은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와 연관된 기억, 즉 때와 상황 그리고 사람이나 이벤트가 생각난다. 예를 들어 가끔 “불후의 명곡” 같은 방송을 통해 7080 노래를 들으면 많은 기억이 떠 오른다. 


70년대 후반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올 때 필자는 불과 만 11살이었다. 하지만 세 분의 형님 덕택(?)에 산울림, 송골매 같은 밴드의 노래, 그리고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 같은 경연대회를 통해 알려진 가요를 어렸을 때 들었다. 한국을 떠난지 45년이 넘었지만 어떤 곡을 언제 어디서 처음 들었는지 기억한다. 또, 부모님이 듣고 부르셨던 추억의 가요도 잊지 못한다. 음악의 힘과 영향이 참 대단하다.   


며칠 전 운전 중 라디오를 통해 20여년 전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CCM(가스펠 송) 한 곡을 오랜만에 들었다. 가사가 다 기억나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자동차 창문을 닫고 불렀기에 타인에게 민폐는 끼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 곡과 연결된 추억이 영화장면같이 떠올랐다. 1999년 새언약사립학교를 설립했고, 그 때부터 한 학기에 한 번, 그러니까 매년 두 번씩 전교생을 데리고 캠핑을 다녀오는 본교만의 독특한 전통을 만들었다. 2001년으로 기억하는데 약 30여명의 중고생을 인솔해 세코이아산에 2박3일 캠핑을 다녀왔다. 그 때 함께 캠핑을 갔던 청소년들은 이미 30대 중반 내지 후반이 되어 결혼도 했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됐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세코이아산 캠프는 아버님을 먼저 천국으로 보내신 필자의 어머님도 같이 가셨다. 산속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했는데 손수 맛있는 샌드위치(전에 어머님은 델리샵을 운영하셨다), 그리고 선선한 아침과 쌀쌀한 밤에 따뜻한 떡국이나 오뎅국을 만들어 주셔서 모두 다 맛있게, 감사히 먹고 즐겼다. 어머니는 그 후에도 몇 번 캠핑을 같이 가 주셨고 학생들은 “그랜마 송”이라는 애칭을 붙여드렸다. 


인터넷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2000년대 초, 우리는 카세트 플레이어로 앞서 언급한 CCM 한 곡을 수 십번 반복해 들었다. LA에서 세코이아까지 거의 3시간 동안 듣고 듣고 또 들었다. 야영을 할 때도 캠프파이어에 둘러앉아 기타를 치며 그 노래를 불렀다. 실증이 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아무리 좋아하는 노래라도 너무 자주 들으면 싫증이 난다. 그런데, 그 곡을 반복해 즐길수 있었던 것은 그 때 함께 한 학생들과 교사들의 끈끈한 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학생 하나 하나를 내 자식같이 여기고 아끼지만 2003년에 졸업한 본교 첫 졸업생들에게는 정말 많은 열정과 사랑을 퍼부었다. 내가 운전했던 밴에는 그 반의 다섯 친구가 같이 있었다. 형제같이 지냈던 남학생들이었다. 그 중 한 친구는 이제 딸 아이를 본교 킨더가든에 입학시켜 모교의 학부모가 되었다. 그 아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고 뿌듯하고 뭔가 제대로 했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지금은 일년에 한 번 정도 그 제자들과 만나 골프를 치는데 오랫만에 만나면 이야기 꽃이 핀다. 대화의 토픽도 다양하다. 자녀교육, 직장생활, 부부간의 커뮤니케이션, 스포츠, 정치, 경제 등 삶에 관한 모든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아니, 수다를 떤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아무튼 잠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쉽고 아까워 평소에 나누지 못한 대화를 다 한다. 그 대화엔 학창시절의 추억이 꼭 포함돼 있다. 함께 즐겼던 캠프의 추억, 기타를 치며 불렀던 캠프장의 노래도 절대 잊지 못한다. 


다음 주가 되면 학교의 가을학기 캠프가 있다. 이번에도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러 교사와 행정진이 꼼꼼히 스케줄을 점검하며 준비 중이다. 학교는 공부를 잘 가르쳐 학생이 좋은 학업성과를 얻게 해 주는 곳이다. 하지만 기독교학교로서 성적은 물론, 좋은 추억도 만들 수 있도록 이벤트나 상황을 마련해 주려고 최선을 다 하고 있다.  


학창시절의 추억은 학교 건물이나 교재, 성적 같은 것보다 함께 했던 따뜻한 사람과 즐겼던 이벤트다. 지난 23년 간 그렇게 해 왔지만 올 해에도 학교 캠프를 통해 학생들이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기도하며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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