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퇴근길 접촉사고 시비 중 총격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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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퇴근길 접촉사고 시비 중 총격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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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보도된 사고 현장 모습   abc8 캡처


댈러스서 주점, 노래방 운영 신진일 씨

말다툼→몸싸움…상대는 정당방위 주장

코로나, 증오범죄 험난한 자영업의 길

미용실 총격 사건 후 상권 매출 급감

“권총 구입해 직원, 손님 지킨다더니”



코로나 팬데믹과 아시안 증오범죄의 타격을 고스란히 견디던 40대 한인 업주가 새벽 퇴근길에 벌어진 접촉사고로 말싸움을 벌이던 중 상대편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텍사스 댈러스에서 주점 단성사와 앙코르 패밀리 노래방을 운영하던 신진일(Chin Il Shin·43) 씨다.


텍사스 포트워스 경찰에 따르면 15일 오전 2시 30분께 사우스 유니버시티 드라이브와 30번 프리웨이 진입로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신 씨가 탄 지프 체로키 차량과 여성 3명이 탄 승용차의 추돌 사고가 일어났다.


이후 두 차량 운전자 간에는 사고 원인을 두고 말다툼이 시작됐고, 여성들 편에 최소 1명 이상의 지인이 합류하며 거친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신 씨가 총에 맞았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abc8 등 현지 언론은 포트워스 경찰이 관련자 진술을 모두 받았으며, 총격을 가한 사람의 신원도 파악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포트워스 경찰 트레이시 카터 대변인은 “사건은 아직 조사 단계다. 가해자측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4살 때인 1983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어린 시절은 루이지애나와 노스 캐롤라이나 등지에서 성장했고, 텍사스에서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 졸업 후 해병대에서 근무했고, 제대한 뒤로는 웨스턴 거버너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는 댈러스의 올드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북쪽 지역에서 주점 단성사를 운영하며 녹록치 않은 자영업자의 삶을 살았다. 지인들은 신 씨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유쾌하고, 재미있는 성격으로 사업을 잘 이끌어갔다고 기억했다. 각종 커뮤니티의 댓글에도 단성사의 친절하고 아늑한 분위기와 음식 맛을 칭찬하는 반응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며 첫번째 위기를 맞았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영업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것은 물론이고, 인근 업주들에 따르면 지방 정부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도 턱없이 부족해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그나마 조금씩 방역 지침이 완화되며 업소가 다시 문을 열게 됐고, 이 과정에서 신 씨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문 닫을 위기에 처한 노래방을 인수해 그곳 주방을 주변 업주들이 협업할 수 있는 팝업(pop-up) 공간으로 제공한 것이다. 현재 운영하는 앙코르 패밀리 노래방이다.


신 씨와 10년 간 친분을 유지했다는 인근 치킨 스낵점의 도니 시리사바스 셰프는 “그가 필요하면 노래방 주방을 사용하라고 허락해줬다. 공간이나 장비, 일손이 부족했던 인근 업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온 것은 올해 5월에 벌어진 한인 미용실 ‘헤어 월드’ 총격 사건 때다. 36세의 흑인 남성이 들이닥쳐 13발을 난사, 업주와 손님 3명이 크게 다친 일이다. 피해 업소는 신 씨가 운영하는 단성사에서 멀지 않은 올드 코리아타운에 위치했다.


결국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 이후로 일대 상권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사람들이 꺼리는 거리가 되면서 주변 업소들의 매출은 격감하는 상황이 됐다. 주변에 따르면 신 씨는 이후 “우리 직원들과 손님들을 보호하겠다”며 9㎜ 권총을 구입했다. 한편으로는 피해 업소와 부상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고펀드미) 계정을 만들기도 했다.


신 씨에게는 헤어진 파트너와 사이에서 낳은 14살 된 딸이 있으며, 틈 날 때마다 찾아가 시간을 함께 하는 애틋한 부녀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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