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얼굴로 총 꺼내 말없이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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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한 얼굴로 총 꺼내 말없이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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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김씨가 운전 중 총격을 당해 병원서 치료받는 장면. 오른쪽 종아리에 탄환이 박혔지만, 천만다행으로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 / 브라이언 김씨 제공



30대 한인 로드레이지 총격 피해

오전 8시 딸 등교길에 겪은 봉변

불행 중 다행 “매일 감사 기도”

“시비 절대 안돼, 무조건 참아야”

LAPD “운전 중 총격 123% 급증”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보던 뉴스였는데, 제가 피해자가 됐네요. 총알이 뼈나 신경을 건드리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기독교인으로 사고 후 더욱 많은 기도를 하게 됩니다.”


30대 한인 남성이 운전 중 분노(Road Rage) 사건으로 총격을 받고, 자칫 큰 화를 당할 뻔했다. 상대가 쏜 총에 오른쪽 종아리를 맞았으나, 탄환 제거 수술 후 현재는 회복 중이다. 직장 생활을 한다는 브라이언 김(38·라하브라)씨의 얘기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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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9일 오전 8시쯤이다. 딸 아이를 부에나파크에 있는 유치원에 내려준 뒤 일터로 향하고 있었다. 아이들 많은 곳이라서 서행 운전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짙은색 세단(김씨는 BMW 3시리즈 차량으로 기억한다)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위협적으로 가로지른다. ‘빵’.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경적을 딱 한 번 울렸다.


잠시 후 신호 대기에 그 차와 나란히 멈추게 됐다. 상대는 20대로 보이는 히스패닉 남성이었다. 창문을 내리고 영어로 “사고 날 뻔했다. 운전 좀 조심해라”고 한마디했다. 거친 말이나 동작도 아니고, 일반적으로 주의를 부탁하는 어조였다.


그러자 째려보던 상대가 우회전 하는 내 차를 무섭게 쫓아오기 시작했다. 어바인 방향으로 1차선에서 40마일 정도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바로 옆 2차선에 붙이더니 꺼낸 총을 왼손으로 흔들며 위협하기 시작했다.


‘설마 진짜로 쏘지는 않겠지’라는 생각도 잠시였다. 3초 정도 그랬나. 탕 하는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맞았다는 느낌도 없었다. 뭔가 다리쪽이 묵직한 것 같아서 봤더니 오른쪽 종아리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총알이 조수석 차체를 통과해 기어의 플라스틱 파트를 지나 살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가해자는 쏘자마자 유턴해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주변에 있던 차들도 경황이 없어서인 지 도와줄 엄두도 못냈다. 별 수 없이 스스로 차를 몰아 3마일 떨어진 병원(세인트 주드 메디컬) 응급실로 달려갔다. 의료진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아주 미세한 차이로 뼈와 신경을 건드리지 않았다. 천만다행이다. 퇴원하면 복권을 사라”는 농담을 건넸다. 탄환을 제거하고 상처를 봉합한 뒤 퇴원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부에나파크 경찰 케이스 #22-2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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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생활 20년이 넘는다는 김씨는 “용의자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화를 내거나,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아주 냉정한 얼굴이었다”며 “처음은 아닌 것 같고, 왠지 총을 많이 쏴 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워낙 순간적인 일이라 상대차의 번호판을 기억할 여유도 없었다”며 “그저 이만한 게 다행이라고 매일 감사하는 기도를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로 크게 언쟁을 벌인 것도 아니고, 딱 한번 (그것도 짧게) 경적을 울리고 ‘운전 조심하라’는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주변 분들에게도 조심하시라고 당부드린다. 화난다고 절대 따라가서 화풀이하거나 뭐라고 하시면 안된다. 그냥 무시하고 필요한 부분은 보험으로 처리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LAPD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로드레이지와 연관된 총격 사건은 138건이 발생해 전년도에 비해 123%나 급증했다. LAPD 관계자는 "전염병 사태의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탓에 스트레스가 많아 타인의 침범을 더 불쾌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극단적인 상황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 운전에만 집중할 것 ▲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벼운 음악을 들을 것 ▲ 상대 운전자가 도발해도 침착하게 대응할 것 ▲ 경적이나 상향등으로 자극하지 말 것 ▲ 직접 대응하지 말고 번호판을 확인한 후 911에 신고할 것 등을 조언했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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