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대학들이 신입생 유지율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패서디나 칼텍 캠퍼스. /Caltech.edu

신입생 유지율(retention rate)의 중요성

새로운 캠퍼스 환경에 적응하는데 도움 주면 만족도 높아

낙후된 건물, 부족한 연구실 등은 학생들 떠나게 만드는 요인

대학들의 신입생 ‘유지율(retention rate)'은 고등학생들이 지원할 대학 리스트를 만들 때 지표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다. 유지율이란 처음으로 대학 1학년생으로 등록한 학생들 중 다음 해에 같은 대학에서 학업을 지속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즉 신입생이 2학년 때 다시 그 대학으로 돌아오는 비율을 말한다. 유지율은 그 대학에서 학생이 기대할 수 있는 잠재적 결과를 가리키는 지표가 된다. 신입생이 대학에 들어간 첫해에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게 생활한다면 다음 해에 같은 대학으로 돌아와서 학사학위 취득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학생 만족도·행복지수 보여주는 지표

그렇다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이 지원할 대학 리스트를 작성할 때 왜 신입생 유지율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까? 그 이유는 이것이 해당 대학에 대한 학생의 만족도와 행복 지수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유지율이 높은 대학은 일반적으로 신입생들이 새로운 캠퍼스 환경에 적응하도록 신경 쓰고, 이들이 관심을 나타내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학생과 대학 간 유대 관계를 끈끈하게 한다. 

◇명문대, 유지율 95% 이상

보통 신입생 선발 기준이 높은 엘리트 대학들, 주로 합격률이 25% 미만인 대학들은 유지율이 96% 정도로 꽤 높다. 신입생이 100명이라면 약 96명은 2학년에 등록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선발 기준이 낮은 대학들은 유지율도 62% 정도로 낮다. 달리 해석하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엘리트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은 보통 자신이 소속된 대학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뜻도 되겠다.  

◇대학이 학생 '웰빙'에 신경쓰면 유지율↑

유지율이 높다는 사실이 대학에 대해 무엇을 알려줄 수 있을지 살펴보자. 

보통 대학생들은 신입생 시기에 가장 상처를 받기가 쉽다. 모든 것이 낯설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을 겪으면서 도전적인 학업도 해내야 한다. 또한 많은 경우 학생들은 편하게 자라온 집과 부모를 떠나 처음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항상 익숙하던 지원은 사라지고 전혀 익숙치 않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므로 유지율이 높다는 것은 신입생이 대학에서 환영받는 느낌을 받고, 학생의 성공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에 만족하며, 학생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신경 쓰는 대학의 노력을 감지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수업 규모가 작고 교수와 상담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거나, 들을 수 있는 전공수업이 충분하다거나, 대학의 시설이 잘 관리된다거나 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아카데믹 지원 부족하면 유지율↓

그렇다면 반대로 유지율이 낮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일까? 

이것은 보통 대학이 학생과 의미있는 커넥션을 가지지 못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대학이 학생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거나, 재정에 대한 카운슬링, 직업 상담 등이 부족하거나, 학생 대 교수 비율이 높거나, 학업에 대한 도움이 적은 경우 등이다. 

학업적 도움이 부족한 것은 특히 중요한 문제다. 많은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면서 장학금을 받는데 필요한 학업적 도움을 받지못할 경우 장학금을 받기위해 유지해야하는 기준에 미달하게 돼 어쩔 수 없이 대학을 떠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프라 부족하면 학교 떠나는 학생들 많아

대학의 부족한 인프라도 신입생이 첫 해를 마치고 캠퍼스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건물이 낙후되고 연구실 등의 자원이 시대에 뒤떨어지면 학생들은 더 좋은 자원을 찾아 대학을 떠날 수 있다. 또한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전공 수업에 등록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수강 가능한 수업이 부족할 경우 학생들은 자신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다른 대학으로 눈을 돌린다. 

캠퍼스의 문화가 자신과 맞지 않을 때도 학생이 떠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캠퍼스 안팎에서 수많은 소셜 이벤트가 이뤄지고 분위기가 산만한 대학이라면, 자기 관리가 철저하지 않은 학생은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컬럼비아·예일·MIT·시카고 등 유지율 가장 높아

그럼 대학들의 신입생 유지율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는 대학들의 신입생 유지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유지율이 가장 높은 대학, 가장 낮은 대학의 리스트를 알려주기도 한다. 

US뉴스&월드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신입생 유지율이 높은 4개 대학은 컬럼비아, MIT, 시카고, 예일로 모두 99%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에서 신입생 유지율이 가장 낮은 4개 대학은 테네시 주립대(47%)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텍사스 서던(Southern) 대학(52%), 텍사스 A&M 대학-코퍼스 크리스티 캠퍼스(56%), 윌밍턴 대학(60%) 등의 유지율이 매우 저조했다.

김수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