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보다 증오범죄가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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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보다 증오범죄가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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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AAPI Hate



“주유소에서도 괜히 두리번”

5명 중 1명 ‘인종 트라우마’ 

아시아계 정신적 고통 심각 



# 오렌지 카운티의 빌라 파크에 거주하는 A씨는 이웃에게 받은 피해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옆집에 거주하는 사람이 뒷마당에 있던 자신의 노모를 향해 다짜고자 인종차별적 욕설을 내뱉고 침을 뱉는 바람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스트레스와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 치노힐스에 거주하는 B씨는 요즘 차에 개스 넣는 일도 두렵다. “주유소에 가서도 자꾸 주변을 살피게 된다. 주유건에 걸어둔 클릭 버튼 소리를 총소리로 착각해 깜짝 놀라 소리지르며 주유기를 떨어트린 적도 있다. 이젠 웬만하면 남편에게 부탁할 정도”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자체보다 증오범죄로 인한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더 심각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달 말 발표된 아시아태평양계 증오범죄 근절 단체(STOP AAPI Hate)가 펴낸 정신건강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인종차별을 경험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우울증과 불안, 스트레스 등의 증상이 악화됐고 5명 중 1명은 ‘인종 트라우마’ 징후를 보였다.


인종 트라우마는 인종차별에 의해 야기되는 심리적 또는 정신적 외상을 뜻한다. 상당수의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으로도 나타나 아시안 증오범죄에 따른 후유증과 큰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인종차별이 아태계 미국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아태계 4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증오범죄를 경험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우울증(18.8%), 경계심(18.8%), 신체 불안(16.9%), 강박적 사고(16.2%), 자존감 저하(14.7%), 분노(13.9%), 회피(13.5%) 등을 경험했으며, 팬데믹 이후 가장 큰 스트레스의 요인은 아시안 증오범죄(71.7%), 자가격리 및 사회적 거리 유지(66.2%), 가족 영향(64.5%), 신체적 건강(52.9%) 순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물리적 폭행이나 언어폭력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AAPI에 따르면, 지난 해 3월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신고된 아시안 증오범죄건수가 6603건에 달하고 신고되지 않은 건수까지 집계하면 더 많은 증오범죄가 발생하고 있을 것이란 추산이다.


한편, 아시안 증오범죄를 경험한 피해자 중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정신적 충격을 완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고한 증오범죄 피해자의 약 28%가 정서적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것으로 조사돼 신고가 증오범죄를 대처하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임을 시사하고 있다.


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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