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칼럼] 아버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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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칼럼] 아버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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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학춘 목사

라구나힐스교회 담임  

   

영화 <국제시장> 마지막 장면이다. “아버지, 저 약속 잘 지켰지예? 막순이도 찾았고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그런데예,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아버지가 어린 덕수를 찾아온다)“울지 말라우, 덕수야.” “아부지….” “기래…, 니 을매나 씨게 고생했는지 다 안다. 내가 니한테 영 고맙다…. 내 못한 거 니가 잘 해줘서 진짜 고맙다.” “아부지.. 아부지 저는 보고 싶었습니다.” “기래. 내도 니가 영 보고 싶었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쏟아지는 눈물을 걷잡을 수 없었다. 

   

아버님이 살아 계신다면 올해로 101세이시다. 이어령 교수가 위대한 세대라고 했던 그 시절을 사셨다. 아버님은 황해도 신천에서 1.4후퇴 때 월남하셨다. 홀어머니를 두고 떠나온 아버님은 끝내 할머니를 만나지 못하셨다. 38선이 그어지고, 휴전선이 확정되면서, 끝내 돌아갈 수 없는 땅이 되었다. 전방의 철책을 한 번쯤 보면 분단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1983년 6월 30일부터 138일 동안 KBS는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아버님은 그 방송을 보시면서 우셨다. 필자가 처음 본 아버지 눈물이었다. 시인 이채의 “아버지의 눈물”이 생각난다.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아버지는 고달프고 고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서 운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 하늘만 알고/ 아버지만 아는….”

   

<내가 바라기는… 엄마와 아빠로부터 편지>를 번역하여 소개하며 나의 아버님을 추억한다. 편지는 이렇게 흘러간다. 

  나의 아이야, 내가 늙으면 네가 이해해 주고 인내해 주기 바란다. 나의 시력이 점점 나빠져 접시를 깨거나 수프를 쏟더라도 내게 소리 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노인들은 민감하단다. 네가 소리 지르면 항상 자기 연민에 빠지게 되지.

 내 청력이 나빠져서 네가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없을 때 나를 “귀먹었어”라고 하지 않기 바란다. 

 내 무릎이 점점 약해지면 내가 일어나도록 돕는데 인내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네가 걸음마를 배우는 동안 내가 너를 도와주었던 것처럼 제발 나를 참아 주겠니. 

 망가진 녹음기처럼 내가 했던 말을 반복할 때 그냥 내 말을 들어 주길 바란다. 나를 우스꽝스럽게 여기거나 내 말을 듣는 일에 질리지 말아다오. 

 내게 냄새가 나더라도 용서해주렴. 내게 나이 든 사람 냄새가 나는구나. 샤워하라고 강요하지 말아 줄래. 내 몸이 약하구나. 노인들은 추우면 쉽게 병에 걸리지. 내가 너를 쫓아다녔던 때를 기억하니, 네가 샤워하기를 원하지 않아서?

 내가 항상 불안할 때 네가 참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늙어가는 과정이다. 너도 나이가 들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중략)

 내가 아파서 누워만 있을 때 네가 나를 돌볼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길 바란다. 내가 만일 실수로 침대를 적시거나 어지럽히면 미안하구나. 내 인생의 마지막 몇 순간 동안에 네가 나를 돌볼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길 바란다. 어쨌거나 나는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다. 내 죽음의 시간이 오면, 내 손을 잡고 죽음을 대할 힘을 주길 바란다. 그리고 걱정말아라…. 마침내 내가 창조주를 만날 때, 나는 그분의 귀에 네게 복 주시기를 속살일 것이다. 네가 엄마 아빠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신경 써주어 정말 고맙구나.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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