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간직한 태극기, 이젠 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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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간직한 태극기, 이젠 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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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총영사관측은 지난 달 란츠씨(가운데) 자택을 방문해 평화의 사도 메달을 전수했다. 왼쪽이 문정희 영사, 오른쪽 끝이 이현석 영사다. LA총영사관



장진호 전투 참전 90세 해병 용사

한국 해병에게 받은 우정의 징표

총영사관 ‘평화의 사도’ 메달 전수



지난 달 LA총영사관에 편지와 함께 작은 소포 하나가 배달됐다. 내용물은 오래돼 색이 바랜, 그러나 여전히 정갈한 태극기였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전장에서 만난 한국의 해병대원으로부터 받아 70년간 소중하게 보관했다. 이젠 한국으로 돌려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발신지는 LA 인근이었다. 보낸 사람은 제임스 란츠(90·James Lantz)라는 이름이었다. 총영사관측은 곧바로 발신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사연은 이렇다.


란츠씨는 미 해병 1사단 11연대 소속으로 6·25 전쟁에 파병됐다. 여기서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에 참여했다. 이곳 생존자들은 장진(長津)의 일본식 발음을 따서 자신들을 ‘Chosin Few’라고 불렀다.


1사단 11연대는 흥남 철수작전 이후 대구 부근에서 재정비하는 동안 20~30명의 한국 해병대원들과 함께 훈련했다. 란츠씨는 이 중 한 명과 특별한 우정을 나눴고, 그가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자신과 한국을 기억해달라며 태극기를 건넸다고 한다. 그걸 지금까지 보관했다가 총영사관으로 보낸 것이다.


총영사관은 란츠씨가 한국전 참전용사로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공로를 인정해 지난달 18일 자택을 방문, 평화의 사도 메달을 전수했다.


총영사관은 또 국가보훈처와 함께 이 사연을 영상으로 만들어 홍보 캠페인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는 한편, 국방부 등의 협조를 통해 당시 미 해병대와 함께 훈련한 국군 부대를 확인해 한미간 우정의 상징인 태극기의 실제 주인공을 찾아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알릴 계획이다.


란츠씨의 자택을 찾아 메달을 전수한 문정희 영사는 "고령 탓에 구체적인 예전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시는 것이 아쉽다. 친분 나눈 해병이 당시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해줬고, 자신도 미국에 대해서 많이 알려줬다고 했다"며 "'(한국 해병 친구가) 지금도 건강하게 생존해 있기를 바란다'는 전언을 남겼다"고 전했다.


문 영사에 따르면 란츠씨 사연은 한국 보훈처의 유튜브 채널인 '보고싶다 전우야'라는 참전용사 전우찾기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방영된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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