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년 머물면 병역의무…합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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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3년 머물면 병역의무…합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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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지위 상실은 사익 침해” 

92년생 한인 청구, 만장일치 기각

작년 불합치 판결과 맥락 달라 혼란



미국에서 태어난 복수국적자라고 하더라도 18세 이후 한국에서 통틀어3년 넘게 머물게 되면 그 지위를 박탈하는 현행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이같은 판단은 작년 9월 선천적복수국적자에 대한 유연한 판단을 요구했던 헌법불합치 판결과 맥락을 달라 법해석의 혼란이 우려된다.


헌재는 “1993년 12월31일 이전에 출생한 재외국민 2세인 청구인들이 병역의무 연기 제한기준을 정한 구 병역법 시행령 제128조 제7항 제2호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를 기각했다”고 6일(한국시간) 밝혔다.


이번 소송은 2명의 청구인에 의해 제기됐다. 이 중 청구인 A는 1992년생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자다. 그는 2014년 한국에 입국, 2017년 사업체를 설립해 운영중이었다.


A씨는 “재외국민 2세 제도에 대한 신뢰는 오랜 기간 지속된 것으로서 보호 가치가 크고,1993년 12월31일 이전 출생자에 대한 추가적 신뢰를 부여하였음에도 재외국민 2세의 지위를 상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대한 사익의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헌재는 이런 주장이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일정 기간 이상 국내에 체재할 수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또 “청구인들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면 국내에 자유롭게 체류할 수 있고 또 병역의무를 연기하기 위하여 1년에 6개월 미만 국내에 체류한 후 해외로 출국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국내에 3년을 초과해 머물면 생활의 근거지가 대한민국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특례 배제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재외국민 2세는 1994년 1월1일 이전·이후 출생자 모두 병역의무 이행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했다.


A씨 이외의 청구인 B씨는1992년 한국에서 태어나 1997년 홍콩으로 이주해 10년 뒤 영주권을 취득했다. 2011년 2월 입국해 국내 대학에 입학했고, 2018년 2월 대학원을 수료한 뒤 취업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B씨는 “기존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공부 후 취업을 준비했는데 이 사건 조항은 청구인의 신뢰를 합리적 근거 없이 훼손하고 병역의무의 부과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재외국민 2세는 37세까지 국외여행 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 18세 이상 재외국민 2세가 3년을 초과해 한국에 머물게 되면 더 이상 재외국민 2세로 보지 않고 병역 의무 대상으로 포함된다. 원래 1994년 1월1일 이후 출생자에 대해서만 적용됐지만, 2018년 5월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그 이전에 태어난 재외국민 2세까지 예외없이 적용됐다.


한편 현재의 이 같은 판단은 지난해 9월 내려진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결과 온도차이가 크다. 당시 헌재는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 의무와 국적이탈신고제한 사유 등을 정한 국적법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헌법소원 심판에서 7-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적법 12조 2항, 14조 1항 등은 18세가 돼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복수국적자는 그해 1∼3월 내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 포기 신고도 이 기간에 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다. 불합치 결정이 난 조항은 만 18세 이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경우가 대상이다.


헌재는 당시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복수국적자에게 예외적으로 국적이탈을 허가하는 방안을 마련할 여지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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