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이렇지요] 공무원이 행복한 나라 … 소도 웃고 개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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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렇지요] 공무원이 행복한 나라 … 소도 웃고 개도 웃는다

웹마스터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고 있자면 무슨 비리와 부정·불법 백화점을 연상하게 된다. 일반 국민들이 모르고 있던 편법이나 부정행위를 새롭게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과학기술부장관, 국토교통부장관,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해수부장관 후보자는 영국에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했다가 귀국하는 이삿짐에 도자기 2500점을 밀반입해서 팔다가 낙마하였다. 해외 근무하다가 귀국하는 외교관들이 외교행낭(diplomatic pouch)에 돈 될 만한 물품을 몰래 반입해서 이익을 남기고 팔아서 살림에 보탠다는 애기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해수부장관 후보 부인이 들여 왔다는 도자기 그릇 등은 1, 2 유로 수준의 값싼 물건일지 모른다. 그러나 고급 샹들리에 8개를 살던 집에서 쓰던 물건이라고 한 변명은 설득력이 없었다. 과기부장관 후보는 국비 받아서 간 해외학술회의에 딸이나 남편을 매번 동반하고는 이를 국제관행이라 우기고,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생 논문에 멀리 있는 타대학에 재직 중인 남편 이름을 공저자로, 그것도 여러 번 상습적으로 올렸다. 그 밖에도 부정비리가 하도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데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장관이 되었다.


아내의 절도 행각으로 곤혹을 치룬 국토교통부 장관은 토지·주택 주무장관인데 본인이 특공(特供)으로 분양받은 아파트를 처분해서 거의 두 배 가까운 차익을 남겼다. 특공이 뭔지 이를 계기로 온 국민들이 알게 됐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우선적으로 특별 공급하는 아파트가 특공이다. 지난 10년 간 2만6000가구가 공무원에게 특혜 분양되었다. 세종 청사에서 불과 20~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곳에서 옮겨 오는 공무원들에게도 특공 아파트의 혜택은 돌아 갔고, 무슨 '관세품질분석원'이라는 관세청 산하기관은 이전도 하지 않으면서 171억원을 들여 유령 청사를 짓고 특공을 챙겼다고 한다. 요지경이 따로 없다. 더욱 가관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된 분은 세종시에 아파트를 특공으로 받고 이사도 하지 않고 관사에 살면서 특혜받은 아파트를 세놓고(이를 서울에서는 관사테크라고 한다) 이사비용 48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금의 낭비와 유용이 곳곳에 만연해 있다.


이런 분들이 장관이라고 버젓이 고개를 들고 다닌다.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5월 31일 임명장을 받은 검찰총장에 이르기까지 야당의 동의를 받지 못했음에도 임명을 받은 장관급 인사가 문정부에서만 33명에 이른다. 마침내 피의자 법무부 차관(6월 1일 현재 사의를 표했지만), 피의자 법무장관, 피의자 서울지검장, 피의자 검찰총장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부실한 인사검증을 탓하지 않고 야당이 망신주기를 일삼고 있다고 화살을 반대로 돌린다. 심지어 대통령은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문제가 많아 청문회에서 곤혹을 겪은 인사가 일도 잘 한다고 추켜 세운 바 있다.


문제는 간단하다. 망신당할 일이 없는 인사를 발탁하면 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내놓는 개선책은 능력 검증과 도덕 검증을 별도로 하자는 것이다. 물론 도덕검증을 비공개로 한다는 것이다. 나는 반대다. 부정과 불법 등의 비리를 저지른 자가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 수신(修身)도 안된 사람이 치국(治國)을 한다는 게 언어도단이다. 인사검증은 야망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반면교사가 되고, 적어도 국민 수신 교과서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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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칼럼니스트는: 중앙고, 고려대 영문과,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UC버클리 교환교수,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차관급인 제3기 방송위원,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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