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일출봉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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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 일출봉에 부는 바람

웹마스터


임영근 지음

파라북스 출판/224쪽



어릴 적 얘기를 하다 보면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분명 다른 추억인데 딱히 다르지 않은 느낌 때문이다. 586세대 임영근 작가가 지난해 말 펴낸 산문집 “일출봉에 부는 바람”이 그렇다.    


소설 '설국'의 주인공은 유자와이고 '더블린 사람들'의 주인공이 더블린인 것처럼 '일출봉에 부는 바람'에 담긴 유년의 기억은 온전히 임 작가의 것이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작가의 추억은 오롯이 독자에게 전이된다.  


1970년대에 어린시절을 성산포에서 보낸 작가는 성산의 기억을 여러 편의 산문으로 길어 올렸다. 당시의 성산에서 지낸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일들이지만 독자에게도 '나의 추억'처럼 반추된다.  


저자의 기억의 맨 앞자리에 ‘멜 뎀뿌라’가 있다. 국물용 멸치보다 큰 멸치를 튀긴 음식이다. 이 음식이 특별한 것은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탓이다.   


어느 날 수매밑 바닷가에 멸치떼가 몰려온다. 동네사람들은 양동이든 세숫대야든, 하다못해 고무신이라도 들고 달려가 뜰 수 있는 대로 양껏 멸치를 떠올린다. 이렇게 잡은 멸치를 바로 튀겨낸 것이 ‘멜 뎀뿌라’이다.  


먹을 게 귀하던 시절 바다가 준 선물, 바삭하고 고소한 그 맛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이어 일출봉 분화구에서 가을걷이를 하던 일, 도새기 고기와 함께 모자반을 넣어 끓인 몸국을 푸짐하게 먹던 가문잔치의 정경, 큰 해삼을 작은 돌멩이처럼 검고 딱딱하게 말리던 일까지 어린시절 성산포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낸다.  


외삼촌이 일본에서 귀향하나 조총련과 관련된 일로 고초를 겪고, 세월호보다 더 큰 참사인 남영호 사건이 모티브가 된 글들도 모두 성산포의 기억에 가 닿아 있다.  


이 모든 내용들이 성산을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도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은 온전히 작가의 힘이리라. 디테일을 살린 세밀하고 자연스러운 글쓰기가 동시대를 경험한 독자에겐 다른 추억조차 같았던 경험으로 다가서게 한다. 그래서 이글을 읽는 재미가 더욱 새록하다. 한국 대형서점과 YES24, 알라딘 등 온라인서점에서 판매 중이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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