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우크라이나 작가 고골의 ‘죽은 혼’과 오늘의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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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행복칼럼] 우크라이나 작가 고골의 ‘죽은 혼’과 오늘의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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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시끄러운 우크라이나는 풍요로운 땅이다. 우선 우크라이나는 곡창지대다. 그래서 구소련은 이곳을 '빵 공장'이라고 불렀다. 나아가 좋은 음악가와 문학가를 배출한 기름진 땅이다. 우크라이나 출신 문학 작가로 우리가 알만한 작가는 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과 미하일 불가코프(Mikhail Bulgakov)가 있다. 키이우(키예프)에서 출생한 미하일 불가코프는 의대를 졸업한 의사였지만 궁핍한 작가의 길을 선택한 소설가다. 


체호프, 푸시킨과 더불어 러시아 대문호로 알려진 고골은 1809년 4월 1일에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극장을 운영하는 지방 귀족으로 아마추어 예술인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 비해 더 높은 귀족이었고 감상적 기질에 신비주의적 신앙심을 갖고 있었다. 고골은 어머니 영향으로 기독교 신앙을 받았고, 아버지의 영향으로 예술혼을 키웠다.


고골이 문단에 등단한 것은 1831년 우크라이나 지방 시골 이야기를 다룬 소설집 “지깐까 부근의 농가에서의 밤”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고골은 자신의 작품에서 우크라이나 지방의 관습과 농민의 삶을 환상적인 필치로 묘사한다. 이후에도 고골은 많은 작품에서 고향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고골의 작품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고골의 최고의 작품은 그가 유작으로 남긴 그의 생애 마지막 “죽은 혼”이다. 고골은 당시 러시아 사회의 부패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고골은 이 작품에서 아이러니와 풍자를 통해 러시아 지주 사회와 관료 체계의 모순과 부정을 까발리고 있다.


죽은 혼의 줄거리는 이렇다. 러시아 시골 마을에 죽은 농노를 사는 지주가 등장한다. 그는 죽은 농노를 사서 농노의 이름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치치코프라는 악덕 지주다. 치치코프는 천하에 사기꾼이었다. 그런데 그의 이런 사기 행각에 지방의 행정부의 지사나 경시 총감 등과 같은 관료들이 동참하여 치치코프의 사기 행각을 돕는다.


당시 제정 러시아는 7년~10년의 간격을 두고 인구 조사를 했다. 그 사이에 사망한 농노에 대한 인두세를 지주들이 부당하게 내야 했다. 치치코프는 이런 제도적 약점을 악용해서 죽은 농노의 이름을 싸게 사서 인두세를 내고, 농노들의 이름을 담보로 은행에 거액을 빌리겠다는 복안이었다.


고골은 이 작품을 통해서 도덕과 윤리가 무너진 러시아 사회를 신랄하게 고발한다. 소설의 이름이 ‘죽은 혼’인데 중의적 의미다. 죽은 농노를 뜻하기도 하고, 죽은 러시아 사회를 의미한다. 고골은 당시 러시아를 죽은 사회로 보고 신랄하게 조롱한 것이다.


고골은 19세기 중엽의 러시아 사회를 죽은 사회로 보았다. 그런데 무책임한 전쟁으로 무도한 살생을 거듭하는 오늘의 러시아도 죽은 사회로 보인다.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르는 만행을 고골이 보았다면 ‘죽은 혼’이라고 신랄하게 조롱하며 정신 차리라고 호되게 야단쳤을 것이다. 아니 천재 작가의 명작 ‘죽은 혼’이 지금 러시아와 푸틴을 호되게 질타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만류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전쟁을 감행하는 러시아는 전쟁의 수렁에 빠진 듯하다. 앞으로 갈수록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을 받고, 사기를 잃은 러시아군은 더 많이 이탈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사는 길은 전쟁을 멈추는 것이다. 푸틴의 불장난을 막지 못하는 러시아 사회는 죽은 사회다. ‘죽은 혼’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러시아와 푸틴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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