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이민자의 초상’과 캐주얼 선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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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이민자의 초상’과 캐주얼 선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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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주문했던 책 『이민자의 초상(Out of Many,One.Portraits of America’s Immigrants)』이 도착했다. 저자는 조지부시 전 대통령이다. 책의 첫 머리 사진에는 이젤 앞에서 인물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저자인 부시 前 대통령의 모습이 나온다. 이를 보니 정중동(靜中動)과 동중정(動中靜)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알려진대로 그 말의 의미는 ‘움직임 중에 고요함이 있고 고요함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는 뜻이다. 운동경기를 예로 든다면 ‘씨름’ ‘스모’ ‘골프’ 등을 ‘정중동’, 반면 농구나 아이스하키 등은 ‘동중정’이라고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으로 볼때 인물화를 그리고 있는 화가로서의 부시 전 대통령을 정중동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반면 그의 ‘동중정(動中靜)’의 단면을 보여준 사례를 든다면 오래 전 타임지에 실렸던  기사 중 당시 퇴임 후 고향 뒷산에서 텍사스톱으로 아름드리 나무를 쓰러뜨리며 망중한을 즐기던 저자의 모습을 ‘동중정’의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어쨌거나 그는 이 책을 통해 대통령 재임(在任) 시절 전후로 함께 일했거나 만났던 각계각층의 미국내 이민자 43인에 대하여 인물 초상화와 함께 그들의 다양한 삶의 스토리를 전해주고 있다. 그림 속의 주인공들이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통해 미국내 다양한 분야에서 그들이 갖고있는 삶의 가치와 꿈과 결단을 어떻게 실현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했는가를 온화한 시선으로 짚어본 책이다. 키신저, 올브라이트 前 국무장관, 아놀드 슈워제네거, 애니카 소렌스탐, 탈북민 조셉 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어쨌거나 최근 미국내 이민과 관련해서는 미국내 벤처산업 창업자들을 위해 일정 자격을 갖춘 외국인들에게 영주권을 허용하는 ‘외국인 사업가 특별정책’의 재시행과 함께 연 1만5000개의 한인 전문직 비자를 신설하는 법안이 재상정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꽤 오래전부터 한인 이민자 유입도 주춤한데다가 한인 유학생들도 줄어들고 현지 취업비자도 어려운 가운데 한인 커뮤니티로서도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인구는 많고 땅은 좁은데다가 자원이 부족한 나라일수록 많은 창업 희망자들의 미국내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두 나라 모두에게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미국내 이민자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밀접한 사안으로 방향을 돌려본다면 그중 하나가 영주권 및  시민권에 관한 사항이 포함될 것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선천적 미국 국적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한인 이민자들이 시민권 취득까지의 내력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본국에서부터 아예 온 가족이 영주권을 받고 왔다거나, 결혼 및 가족 초청, 주재원, 유학 후 현지 취업, 혹은 경황없이 그냥 눌러 앉게 되었다 등의 다양한 내력들이 있으리라.


여하간 정착하면서 겪는 일 중 하나는 영주권을 거쳐 시민권 취득까지의 과정이다. 이런 일들과 관련해 향후 창업자 혹은 여타 비즈니스로 입·출국이 잦을 미국내 영주권자들에게 향후 참고가 될만한 얘기가 있다. 필자의 경우, 현지 취업 비자를 통해 몇 년에 걸쳐 영주권 취득한 뒤 15년이 넘도록 지금껏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시민권 신청이 늦어진 이유는 한국내 회사근무 및 중동 산유국 프로젝트에 참여하느라 몇 해동안 외지(外地)에 나가 있느라 미국내외로의  잦은 입·출국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2020년 1월 시민권 신청후 13개월 만에 인터뷰 심사, 지난 4월에 시민권 선서식을 마쳤다.


그 과정 중 지난 2월 이민국 직원과의 인터뷰 심사때의 일이다. 이민국 인터뷰어는 책상 앞에 마주앉은 내게 몇 가지 질문과 함께 인터뷰 심사를 마치고 “Pass”하더니 이어서 그의 책상위 모니터를 통하여 그간의 출입국 기록을 살펴본 후 느닷없이 보완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거다. 얘기인즉 영주권 취득 후 비즈니스 및 해외 여행 등으로 왕래하더라도 시민권을 받기 전까지는 외지(外地)에서의 체류기간을 6개월 이상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지난 10년간의 소득 및 납세기록, 주거 및 자동차 보유증명 등을 포함한 무려 여덟가지 증빙서류를 요구했다.


사전에 이를 감안하여 해외 근무중에도 매년 IRS 소득신고 및 매 6개월 이내마다 휴가를 내 잦은 왕래를 했지만 한 차례 6개월에서 며칠 초과된 입국 기록을 근거로 보완을 요청했다. 하는 수 없이 약 한달간에 걸쳐 요청한 모든 서류를 준비하고 나니 대형 법전(法典) 두께만큼이나 두툼했다.


이어 마감날짜 며칠을 남겨놓고 요청한 서류를 보냈더니 얼마 후 그제서야 모두 해결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4월 시민권 선서식 참가요청 공문이 도착했다. 참석했던 시민권 선서식도 캐주얼하게 바뀌었다. 종전 대규모 실내공간에서 몇천명씩 모여 선서식을 거행하던 방식이 아닌 다운타운 이민국 빌딩뒤 오픈코트 야외 가든에서 간소하게 진행됐다. 그날 모인 몇백 명의 참가자들은 열댓 명의 여러  소그룹 단위로 나뉘어 동시다발로 약식 선서를 하고 곧바로 시민권 증서까지 받는다.


아무튼 뒤늦게나마 이번 선서를 끝내고 느끼는 소회가 있다면 한국과 미국, 모국과 조국의 의미가 새롭게 겹쳐져 다가왔다는 것이리라. 그래서일까, 앞서 언급한 부시 前대통령의 저서 『이민자의 초상』이 새로운 시각(視角)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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