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쓴 단어 하나에 세례 수천 건 무효
20년간 '나'를 '우리'라고 잘못 표현
한 신부가 틀린 단어를 사용해 신자들에게 세례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신부가 그동안 주례한 모든 세례 의식이 무효가 된 일이 발생했다.
16일 CNN 방송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피닉스 가톨릭 교구는 안드레스 아랑고 신부가 진행한 수천 건의 세례를 무효로 처리하기로 했다. 이 교구의 토머스 옴스테드 주교는 아랑고 신부가 20년 넘게 단어 하나를 잘못 사용해 효력이 없는 세례를 했다고 밝혔다.
교구에 따르면 아랑고 신부는 그동안 "우리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한다"는 말로 의식을 진행해왔지만, 틀린 주어를 사용했다. 세례는 성직자가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해 거행하는 성례이기 때문에 신앙 공동체를 의미하는 '우리'라는 단어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뜻하는 '나'를 써야 한다.
옴스테드 주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성례를 주관하시고, 세례를 주시는 분도 예수 그리스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티칸 신앙교리성의 2020년 지침을 인용해 '우리'로 시작하는 세례 의식은 무효이고 신자들은 다시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성직자들은 세례식에 신앙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우리'로 시작하는 문구를 만들었으나 교황청은 2년 전 교리에 근거해 이를 바로잡는 지침을 내놓았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
아랑고 신부는 신자들에게 사과하면서 교구 담당 신부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부정확한 방식으로 효력이 없는 세례를 한 것을 알게 돼 슬프다"면서 "제 실수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