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부모께 순종하고 따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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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부모께 순종하고 따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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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라식수술을 받았다. 워낙 시력이 좋지 않아 약 20년 전 시술을 받으려 했으나 그때는 심한 난시 때문에 라식이 불가능했다. 


시력은 아주 어렸을 때 나빠졌는데 100% 내 탓이었다. 미국으로 이민 오기 전, 그러니까 1970년대 초 필자가 4 학년이었을 때 어머니께서 『계몽사 소년소녀 문학전집 50권』을 마련해 주셨다. 아직도 빨간색 카버가 기억난다. 그 때는 컴퓨터 게임도 없었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책이 가장 큰 ‘놀이거리’였다. 계몽사 전집은 어린 나에게 매우 소중했다. 너무 재미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푹 빠졌었다. 


책을 좋아해 많이 읽은 것은 이슈가 아니었다. 문제는 부모님의 주의와 꾸중에도 불구하고 잠자리에 든 뒤 이불을 덮고 손전등이나 작은 램프를 몰래 켜놓고 몇 달간 책을 읽었던 것이다. 이로인해 시력이 완전히 망가졌다. 


어느 날 학교에서 시력검사를 했다. 학생들이 줄을 서 차례로 칠판에 붙여 놓은 차트의 글자를 읽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맨 위에 있는 가장 큰 글자들을 읽을 수 없었다. 담임 선생님은 그런 나에게 "야, 장난치냐? 왜 이렇게 까불어? 다시 제대로 읽어봐!"라며 화를 냈다. 눈을 찌푸리며 차트를 읽어보려 했지만 글자를 못 알아보자 선생님은 앞으로 몇 발자국 나와 읽어보라고 하셨고, 그렇게 해서 가장 큰 글자 몇 개를 간신히 읽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곧장 어머님께 연락을 했고 결국 나는 그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안경 착용 후 모든 게 잘 보여 좋았지만 운동을 즐길수 없어서 불편했고 짜증도 났다. 체육 선생님은 학교 송구팀에서 뛰라고 권하셨지만 안경을 끼곤 제대로 활약할 수 없었다. 육상선수로서 학교를 대표해 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진 전국체전 예선전에 참여하긴 했지만 그 외에 다른 운동은 할 수 없었다. 


미국에 이민온 뒤 중학생 때 계속 육상선수로 활동했다. 달리기는 안경 없이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어 미식축구 선수로 뛸 때는 두꺼운 안경을 착용해야만 했다. 그 당시 콘택렌즈가 상용화되었지만 난시가 심해 딱딱한 하드렌즈만 낄수 있었다. 그런데 과격한 충돌이 있으면 하드렌즈는 눈에서 툭 튀어나왔고, 또 먼지가 끼면 눈이 너무 아파 렌즈를 빼 씻은 뒤 다시 착용해야 했다. 그래서 풋볼을 할 때는 안경을 꼈다. 그러나 몸에서 열이 나면 증기로 인해 안경이 뿌옇게 되어 자주 헬멧을 벗고 렌즈를 닦아야 했다. 참 불편했다.  


렌즈 기술이 발달해 대학시절부터 소프트렌즈를 끼고 운동을 즐길 수 있어 좋았지만 매년 시력이 나빠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대학원생이었을 때 책과 문헌을 많이 읽어야 했기에 눈이 급격히 나빠졌다. 안과의사가는 오른쪽 눈이 "법정 맹인"의 선을 이미 넘었다고 알려주었다. 2000년대에 라식을 고려했으나 교육학 박사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미루기로 했다. 그럭 저럭 잘 견뎌왔지만 지난 2년 팬데믹 동안 하루에 10시간 이상 컴퓨터 스크린을 보며 학생을 가르치고 교사를 지원했기에 시력이 정말 나빠졌다. 그래서 이번에 큰 마음먹고 라식수술을 받은 것이다. 


이 이야기를 지난 주 초등학생 채플시간에 아이들에게 전해주었다. 특별히 새해가 되어 부모님이나 어른의 권고와 지시를 잘 따르고 순종하는 자녀가 되라고 신신당부했다. 채플 메시지를 마치고 아이들과 Q&A 시간을 갖는데 1학년생 한 녀석이 교장 선생님도 부모님 말을 듣지않았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교장선생은 참 좋은 사람, 완벽한 사람, 언제나 올바른 결정만 내리고 행동해 온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랬나보다. "교장 선생님도 한 때는 어렸고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지 않았죠. 그래서 큰 후회가 됩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권위에 도전하고 자기 멋대로 살려는 못된 성향을 갖고 태어났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반항하고, 규칙을 어기고, 거짓말하고, 죄를 짓는다. 아, 소시에 부모님께 좀 더 순종하고 존경하고 따를 걸…, 후회 막급하다. 앞으로도 계속 나의 실수와 잘못을 통해 배우고 느낀 바를 학생들에게 잘 전달해 그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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