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회로기판에 불어 넣은 인간과 사랑 그리고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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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회로기판에 불어 넣은 인간과 사랑 그리고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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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아트쇼에 배수영 작가가 설치한 '나비' '하트'<사진 위>와 '또마' 작품. 아래 사진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배수영 작가. 



한국 중견 설치미술가 배수영 작가 


지구 환경개선 주제 'LA 아트쇼'에 

폐전자회로 이용한 작품으로 눈길



오는 23일까지 LA컨벤션센터에서 'LA아트쇼'가 펼쳐진다. 올해 전시의 주제는 '지구와 환경'. 전시장 곳곳에는 버려진 스케이트보드, 아이스크림 막대, 천, 페트병 등을 사용해 지구 환경개선의 의미를 담은 작품들이 많다. 특히, 전자제품 폐기물인 회로기판을 이용해 만든 '나비', '하트' 로봇 친구 '또마'가 설치된 한국 부스에는 유독 많은 갤러리들이 몰려, 예술작품에 담긴 인간과 자연의 교류, 조화, 공존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있다. 


한국의 중견 설치미술가이자 공공미술가로 잘 알려진 배수영 작가의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 폐 회로기판을 이용한 '회로 디자인' 7점을 출품한 배 작가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활동을 오랫동안 했다. 주로 나무를 이용한 조각을 하면서 생명과 환경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고, 폐자재를 활용한 설치미술로까지 확대됐다"며 "마침, 올해 LA아트쇼가 내 작품활동에 맞춘 주제로 열리기에 참여했는데, 개막 첫날(19일)부터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마이애미나 뉴욕 등 미 동부지역 아트페어에는 가끔 참가했지만 LA아트쇼는 처음이라는 배 작가는 "일본, 한국에서와는 또 다르게, 환경, 클린에너지 등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뜨겁다라는 느낌을 전시를 하면서 갖게 됐다"며 "현대문명의 가장 큰 이기인 전자제품이 어느 날 폐기물이 됐을 때, 인간은 '고통'을 받게 되지만 이를 모아 예술적인 생명력을 부여하고(재생), 작품화(소생)해 많은 사람이 보고 즐기며 또 다른 발전(상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배 작가가 활용한 회로기판은 피가 도는 혈관을 닮은 터라, 여기에 색을 입히고 용접을 통해 모양을 만들고 전기를 통해 인간, 사랑, 인연 등을 표현하고 있다. 배 작가는 "출품작인 '하트'는 폐 회로기판 자체가 그대로 인간이고 심장이라는 의미이며, '나비'는 한 발 더 나아가 변신을 통해 발전을 거듭하는 한인들의 정체성 그리고 작가 자신 등을 표현했다. 그리고, 회로기판과 폐 파이프 등으로 작업한 '또마'는 이탈리아어 '마니또'(manito)에서 차용한 말로 물질문명시대에 현대인의 외로움을 달래 줄 비밀친구 혹은 수호천사의 의미를 담았다"라고 소개했다. 


청소년기에 홀로 일본으로 유학을 간 배 작가는 오사카예술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이후로도 한동안 일본에서 활동한 탓에 스스로를 '나비'로 자주 비유한다.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쳐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까지, 작은 생명이 인고의 시간을 거쳐 성장하는 것이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일본에서 홀로 공부하며 어른이 돼 귀국한 나 자신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배 작가는 신촌의 랜드마크인 신촌플레이버스, 서울시청광장의 공공식수대 아리수 파이트&TV, 유니클로 에어리즘 광고, 남양유업 맛있는 GT우유, 다카르 베엔날레 초대전, SBS-TV 공공미술 프로젝트 'DNA 코리아' 출연 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올해가 작가생활 20년 째라고 밝힌 배 작가는 "이번 LA아트쇼 참가는 미국시장, 특히 LA미술시장에 대한 확인과 활동 가능성을 타진해 보려는 의도가 있다"며 "한국의 활성화된 공공 설치미술을 미주 한인들과도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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