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경제 포커스] 리버럴,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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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경제 포커스] 리버럴,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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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은 1942년생이다. 올해 79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다. 지난 4월 29일로 취임 100일이 지났다. 국정 운영의 속도는 인정할 만하다. 올 초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팬데믹 대응을 위해 1조9000억 달러의 긴급 예산을 편성했다. 이어 2조2500억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계획과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교육과 복지 확대를 위한 인적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취임 100일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쏟아낸 지출 계획을 모두 합치면 6조 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한국 정부 예산의 10배가 넘는다. 미국도 이런 규모의 재정투입을 해본 적은 없다. 사상 최대 규모의 지출 계획을 위해 증세 관련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기존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공약했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도 계획하고 있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이후의 정책 기조였던 작은 정부, 감세, 균형재정이 큰 정부, 증세, 확대 재정으로 바뀌고 있다.


바이든은 과거 온건하고 중도적인 정치인으로 비쳤다. 상원의원만 36년을 했다. 타협과 조정에 능숙하고 누구에게나 친근한 성품으로 생각이 다르고 소속 정당이 달라도 미워하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사실 또 이런 특징들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배경이기도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은 후보경선의 경쟁자였던 진보파의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보다 민주당의 주류에 가깝고 중도파도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 후보로 비쳤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특징 때문에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고, 그 덕분에 당내 경선에서 이겼다. 그런데 그는 지금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행보는 오히려 당내 좌파에 가까울 정도로 진보적이다. 당파적인 면모는 오바마 정부보다 심하다. 의회의 협조가 필요 없는 대통령 행정명령이 42건으로 트럼프의 33건에 비해서도 많다. 전임 대통령의 행정명령도 많이 무효화시켰다. 야당과의 타협을 통한 초당적 협력에 대한 미련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정치적 여건에서 차이가 있다. 지금은 오바마 시절과 달리 상원과 하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민주당 내에서 진보파의 입김도 과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세졌다. 반면에 야당인 공화당은 지리멸렬이다.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에 아직도 발목이 잡혀 당내 갈등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차이는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다는 점이다. 전임자들과 비교하면 바이든의 지지율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오바마도 부시도 취임 직후에는 60%를 넘었지만, 바이든은 아니다. 반면 바이든의 일자리계획(AJP)은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절반도 이를 지지한다. 오바마 시절에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 물론 바이든 정부도 이념전쟁은 애써 피하고 있다. 소수집단, 총기, 임신중절 등 과거 문화전쟁을 부르던 사안들에 대해서는 극히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경제정책도 부작용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은 뒤로 미뤘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 기조는 진보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념이 아니라 국민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다.


물론 바이든 정부의 성패는 앞으로 경제정책이 이뤄낼 결과에 달려있다. 바이든 정부는 막대한 지출의 효과를 자신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프라 예산은 단기적인 경제 성장 자극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만든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로 인한 선심성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더 그럴듯하고 예쁘게만 보이는 사업을 미국에서는 ‘펫 프로젝트(pet project)’라고 부른다. 늘어나는 정부 부채는 자칫 민간 투자를 밀어내고, 이는 성장과 고용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대규모 증세도 당연히 부작용이 따른다. 주식시장은 세금을 싫어한다. 특히 투자 수익에 붙는 자본이익세금(Capital Gain Tax)이라면 더 그렇다. 세금을 올려서 정권을 잃는 경우는 흔하다. 경제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면 유권자들의 지지는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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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칼럼니스트: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MBC TV 앵커와 경제전문기자, 논설위원, 워싱턴 지국장을 역임했다. 인하대 사회과학대,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했다. 현재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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