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물류시대(物流時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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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물류시대(物流時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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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달력이 전과 다르게 참 귀하다. 그나마 새해 들어 뒤늦게 도착한 한국계 은행이나 기업체 달력을 구해 집 안 한두 곳에 걸고 나니 비로소 새해를 맞은 실감이 든다.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통해서도 손쉽게 날짜와 기온 등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일상을 계획하거나 반추할 때면 달력의 여백이 제격이다.  


오래 전부터 농경문화가 발달한 동양, 특히 한국에서는 서양과 달리 달력이 생활의 필수품이었다. 달력에는 한해를 24절기로 나누어 때 맟춰 해야 할 농삿일이 소개돼 있었다. 절기(節期)마다 해야 할 농사 공정표가 있었으니 농력(農曆)이라 할 만 하다. 달력의 하단부에는 ᄋᄋ비료상회, 씨앗 종묘가게 이름들이 들어 가 있었다. 


어릴적 방학 때면 시골에 내려가 한동안 놀다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 맡에 붙여 놓은 달력부터 챙겨본 뒤 논 물 보러 나가시던 기억이 난다. 그후 70년 대에 등장한 달력은 소위 말하는 금은방 일력(日曆)이다. 주로 금은방에서 손님용으로 내놓는 습자용 서예용지 같이 얇은 종이로 되어 있었다. 하루 한 장씩 넘기도록 된 365장의 두툼하고 큼직한 크기다. 가정에서는 휴지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 인기 품목이었다. 


새해 달력 얻기가 귀한 이유는 물류대란’ 탓이다. 오죽했으면, 팬데믹 이후 극심한 물류 병목현상을 두고 컨테이너와 아마겟돈(인류 최후의 전쟁)의 합성어인 ‘콘테이너 아마겟돈’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LA항구에 들어 오려고 최대 45일씩이나 대기하고 있는 화물선이 80여 척에 이른다고도 전해진다. 글로벌 물류대란 속에 직접 운송을 강화한 아마존은 자체적으로 임대한 화물선을 이용해 혼잡한 LA와 롱비치항을 피해서 화물을 워싱턴주의 이름 없는 한적한 항을 골라서 하역 후 다시 LA까지 트럭으로 나를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린다 그래턴 교수와 미래학자 데이비드 스미스는 최근 ‘미래의 새로운 직업들’이라는 일자리 보고서를 냈다. 내용 중에는 개별 학습프로그램 개발자, 스마트 의류 디자이너, 사내 지속가능성 관리자, 우주공항 및 시설 건축가, 우주여행 가이드 등 신시대에 걸맞는 다양한 분야의 직업 100여 개가 들어있다. 그런데 한 가지 추가될 사항이 있다면 아마도 물류전문가(Expert of Logistic)라고 할 수 있을 게다. 플랜트 및 초대형 빌딩 프로젝트 현장의 경우만 하더라도 물류담당 전문팀이 조직되어 있다. 산업용 제너레이터, 엔진 및 납기(納期)가 오래 걸리는 빌딩용 자재 등을 발주부터 설치까지 전담하는 부서다. 


물류와 관련해서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저서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이렇게 소개했다.  “200년 전 우리 선조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나 소유하고 있는 한정된 수의 물건 하나하나의 정확한 역사와 유래, 나아가서 그 생산에 관여한 사람이나 연장까지 알았을 것이다. 현재 우리는 많은 물건들을 실제로 손에 넣을 수는 있지만 그런 물건의 제조와 유통과정이 어떠한 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이런 상상의 빈곤과 실제적인 풍요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물류라는 사업분야다. 물류’라는 말은 군대용어로는 병참이라고 부르는데 군대에서 식량과 무기의 조달을 책임지는 병참장교라는 말에 뿌리를 둔 것이다. 오늘날 이 말은 창고보관, 재고조사, 포장, 운송기술을 전체적으로 일컫는다."


새해다. 위에서 언급한 때 맞춰 농사짓는 일, 수요와 공급에 맞추어 물류 계획을 세우는 일 등은 무슨 일이든 ‘때를 맞추어 움직여야 한다’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새해에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것도 ‘때를 아는 지혜’를 갖추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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