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은 훔치고, 젊은 아들은 때리고…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간병인은 훔치고, 젊은 아들은 때리고…

웹마스터

버지니아의 노인들이 한 성인 데이케어 센터에서 머물고 있는 모습. 기사 중 내용과는 관련없다. / 조선DB




“코로나 이후 노인 학대 84% 급증”

WSJ “5명 중 1명 꼴로 괴롭힘 피해”

거친 언행→신체 학대, 정해진 패턴



코로나 사태 이후 노인 학대 사례가 급증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왔다. 28일 WSJ는 지난해 4~5월 노인 학대 사례가 노인 5명 중 1명꼴로 발생했다고 지난 1월 예일대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84%가량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또 테네시주 멤피스의 외곽 지역을 관할하는 지방 검찰총장 에이미 웨이리치의 말을 인용해, 노인 등 취약 성인 관련 사건을 맡은 수사팀이 2019년 한 해 12건 이하의 사건을 다룬 데 비해 지난해 1~9월 총 51건을 다뤘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개별 사례들을 들었다. 콜로라도주의 도시 덴버에서 강도 혐의로 집행유예 중이던 한 여성이 코로나로 일손이 부족해진 장기요양시설에 간병인으로 취직, 코로나 치료를 받던 바바라 거스트(여·86)의 약혼반지와 신용카드 등을 훔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또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선 80대 노인 셜리 깁슨이 코로나로 일상화된 화상거래를 악용한 서명 위조로 자신의 땅을 도난당하는 일이 있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선 노인 알프레드 메이어스가 함께 살던 아들로부터 쇠막대기로 폭행당하고, 자물쇠가 걸린 방 안에 갇히는 등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멤피스 노인학대 공동대응연대 소속 멜라니 켈러는 “노인 학대는 가족 구성원이 가해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를 추적하고 차단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WSJ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해당 연대가 올 1~9월 취급한 노인 신체 학대 사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배 늘었다고 한다. 켈러는 “코로나로 연로한 부모 집에 방문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이들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가족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노인학대센터 책임자 겸 내과의사인 로라 모스케다는 사례의 증가는 물론 학대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활 속에서 쌓인 감정을 시니어층을 대상으로 풀고 있다는 해석이다. 모스케다 박사는 "거친 언행이 신체적 학대로 이어지는 건 거의 정해진 패턴"이라고 우려했다.


요양원에 있는 부모를 집으로 데려와 학대를 일삼는 자택 거주 요양보호사에게 맡겨두는 자식들도 있다. 반면 요양원에서 부모를 모셔올 형편이 못되는 사람들은 요양원을 자주 방문하지 못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를 알 수 없게 됐다고 요양원에서 발생한 약혼반지 도난 사건을 담당했던 덴버시 검사보 제인 월시가 말했다.


또 학대 사례의 대부분이 가족 구성원이 가해자여서 추적하고 차단하기가 어렵다고 멤피스 노인학대공동대응연대 회원인 멜라니 켈러가 말했다.


멤피스연대가 취급한 신체적 학대 사례는 올해 1월~9월에 2019년 1월~9월 보다 두배로 늘었다고 켈러는 밝혔다. 켈러는 가족들이 학대 징후를 인식조차 못하거나 다른 가족 구성원이 학대할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연로한 부모를 보러가지 못해 집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지 못하는 것이다.


WSJ는 최근 늘어난 노인 학대 사례가 코로나 이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로 노인의 수는 늘어나는 데 비해, 과로와 저임금으로 요양보호사는 대거 줄어들어 코로나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노인들의 고립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종인·김동현 기자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