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신년 특사에 포함
2017년 9월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연합뉴스
한명숙 전 총리도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내년 신년 특사에서 전격 사면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4일 “박 전 대통령이 사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이 확정되면 삼성서울병원에서 출소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부터 서울삼성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했을 때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 역시 지난달 22일 특별사면 규모와 대상자를 논의하는 전체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제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건강 상태가 최근 급격히 나빠지면서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결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청와대 내에서도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했지만, 문 대통령은 여권 핵심 인사들의 의견을 듣고 사면을 최종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이철희 정무수석 등 정무 라인이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송영길 대표 등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5번째 사면인 이번 특사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최종 확정되면 약 4년9개월 만에 수감 생활을 마치게 된다. 전직 대통령 중 최장 수감 기간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최순실(본명 최서원)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 대통령 재임 기간(4년 1개월)보다 더 긴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다. 구속 이후 어깨·허리 질환으로 여러 차례 치료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과 7월에도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2019년 9월에는 같은 병원에서 어깨 수술을 받았다. 최근에는 정신적 불안 증세와 관련한 진료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연내 출간 예정인 옥중 서신 모음집 ‘그리움은 아무나에게나 생기지 않는다’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믿었던 주변 인물들의 일탈로 혼신의 힘을 다했던 모든 일들이 적폐로 낙인 찍히고, 묵묵히 자신의 직분을 충실하게 이행했던 공직자들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은 오는 3월 대선 정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달 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이분들은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국민 통합을 위해 집권 초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면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9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원을 확정받았다.
원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