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이렇지요] vaccine은 소 vacca 덕에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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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렇지요] vaccine은 소 vacca 덕에 개발됐다

웹마스터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 


지구는 원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땅이었다. 당신은 누군가의 백수연(白壽宴)에 참석해 본 일이 있는가? 만 99세에 여는 축하잔치가 백수연이다. 일백(一百)에서 일(一)을 빼 만99세에 잔치를 하는 관행 때문에 흰 백(白)을 써서 백수연이라 부른다. 


조선시대 평균수명은 37세로 추정된다. 환경이 열악하고 섭생이 불량한데다 의술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던 탓에 100세 장수는 꿈같은 얘기였다. 의약의 발달은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고 고통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어떤 점에서 인류의 역사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와의 싸움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는 세계적으로 340만명에 이른다(5월 18일 현재). 


인류의 목숨을 대량으로 빼앗아 가는 질병은 한 둘이 아니었다.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천연두에 걸려 매년 200만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소아마비는 매년 30만명을 불구로 만들었고 6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년 홍역 등 무서운 질병으로 사망하였다. 이렇게 무서운 질병의 고통과 사망에서 인류를 보호해 준 것은 질병의 치료방법이 아니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만든 백신(vaccine)의 개발이었다. vaccine은 사람의 피하나 혈관에 주사하여 특정 질병에 대하여 면역이 생기게 만드는 약을 칭한다. 오랜 연구 끝에 인간은 천연두 백신을 처음 발명하였다. 전염성이 강한 small pox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무서운 질병이었다. 걸렸다가 일단 낫는다 해도 마마흔적이 남아 고통을 겪게 된다. 


미국의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아스텍제국이 왜 몰락했는지 연구하다가 깊은 의문에 빠졌다. 어떻게 수백만명의 아스텍 용사들이 고작 600명에 지나지 않는 에스파니아 병사에게 패배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에스파니아 병사들은 원주민에게 없는 말, 소총, 강철, 칼 같은 보다 정교한 무기를 갖고 있었다. 스페인의 정복자 코르테스가 1519년 2월18일 아스텍제국을 멸망시키기 위해 마침내 유카탄 해안을 향해 떠날 때 그는 11척의 배와 508명의 병사, 약 100명의 선원과 말 16필을 거느리고 있었다. 이들은 천연두가 창궐하던 에스파뇰라섬에서 천연두에 걸린 병사와 함께 원정 길에 올랐는데 전투 중 천연두에 걸렸던 병사가 사망하였고 원주민들이 이 병사의 시체를 접촉하면서 천연두가 급속하게 퍼졌다. 


주경철 교수의 『문명의 바다』에 따르면 아스텍제국을 정복한 것은 코르테스가 아니라 천연두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람의 이동과 교류로 인해 새로운 지역, 새로운 대륙으로 병원균들이 인간을 ‘숙주’삼아 대량으로 전파됐다. 이를 “맥닐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아즈텍제국 일원에는 약 2500만명의 원주민이 있었는데 1800만명이 천연두로 희생되었다.


흑사병, 콜레라는 물론이고 구대륙에서 신대륙으로 들어간 병은 홍역, 볼거리,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인플루엔자, 디프테리아, 성홍열 등 셀 수 없이 많다. 맥닐은 문명은 질병을 만들고 질병은 문명을 만든다고 말했다. 18세기말 영국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는 시골목장에서, 소젖을 짜는 여자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그들이 천연두 비슷한 ‘소의 천연두’, 곧 우두(牛痘)에 걸렸던 사람임을 찾아낸다. 제너는 이에 착안하여 우두에 걸린 여자의 우두고름을 채취하여 자신의 아들에게 접종하였다. 그리고 6주 후에 아들에게 진짜 천연두 균을 접종했지만 아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다. 천연두 vaccine을 개발한 역사적 쾌거였다. 한 때 천연두를 우두라고 했듯이 vaccine, vaccination에는 라틴어 vacca가 들어 있는데 그 vacca가 바로 소cow를 의미한다. 많은 경우 인간은 소보다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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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칼럼니스트는: 중앙고, 고려대 영문과,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UC버클리 교환교수,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차관급인 제3기 방송위원,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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