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 Law] "나, 이대 나온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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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 Law] "나, 이대 나온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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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BTS를 키운 방시혁, ‘원더우먼’의 이하늬, 이상윤, 김창완, 그리고 넷플릭스의 ‘지옥’에서 박정자 역할로 유명해진 배우 김신록. 이들의 공통점은 서울대 출신이다. 아무도 배우나 감독, 음반 프로듀서의 출신대학에 관심이 없지만 한국에서 서울대 나왔다면 쓸데없는 뉴스거리가 된다. 실력이 없어도 서울대 나왔다면 일단 관심을 갖는다. 실력 위주가 아니라 간판 위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최근 스캔들로 유명해진 배우 김선호도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안 어울리는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단지, 특정 유명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감독, 음반 퓨로듀싱, 연기까지 잘 한다는 질투를 받는다. 서울대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한국은 개인의 실력을 검증하는 방법을 몰라서 너도나도 학력 세탁에 몰두한다. 


KBS 아나운서 출신의 고민정 의원은 자기가 ‘블라인드 테스트’로 KBS에 입사했다고 지난달 밝혀 경희대 동문들의 공분을 샀다. ‘블라인드 테스트’는 채용과정에서 출신학교를 밝히지 않는 채용법인데, 고 의원은 “당시 경희대 수원캠퍼스를 졸업했지만 블라인드 제도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블라인드 채용업’의 발의를 국회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마치 ‘블라인드 테스트’가 아니었다면 자기의 모교 때문에 입사할 수 없었다는 것처럼 발언해 경희대 학생들이 “한 사람 때문에 경희대 국제캠퍼스 동문 및 재학생들은 블라인드 채용의 후광을 받아야만 취업할 수 있는 자격미달 대학 출신이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블라인드 테스트’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채용할 때 출신학교를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도 의문이다. 심지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영입 1호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한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도 전문성이나 실력의 여부와 상관없이 하버드대학 석사, 서울대 박사과정이라는 간판을 더 내세웠다. 육사 출신으로 여자 장교 출신의 교수가 뭐가 모자라서 우주항공학에 대한 전문성보다 이런 학위들을 내세워야 하는 지 의문이다.


이런 간판 선호는 미주 한인사회에도 만연하다. 더구나 직원 구하기 힘든 현재 새 직원의 능력이나 실력을 판단하기 힘들어서 이력서만 보고 채용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한 회사는 새로 채용한 직원이 프랑스의 명문인 소르본느대학을 나왔다는 말만 듣고 직원을 채용했다가 프랑스에서 1년 어학연수만 했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실망했다고 알려졌다. 인사가 만사인데 기본적인 실력도 검증하지 않고 직원들을 채용해서 손해보는 경우가 많다.


한 클라이언트는 “제가 법은 잘 모르지만 (?) 배울 만큼 배웠고 영어도 할 줄 아니까 다른 무식한 사장님들과 비교하지 말라”고 큰소리 친다. 과연 영어를 할 줄 알면 다 일까? 이 클라이언트가 다른 고용주들보다 얼마나 유식한 지 궁금하다. 또 다른 클라이언트는 본인이 석사 출신이니 무시하지 말라고 필자를 훈계한다. 필자는 박사 출신이나 초등학교 출신이나 노동법을 모르시면 똑같이 차별 없이 조언한다.


영화 '타짜'에서 사설 도박판을 운영하다 단속에 걸린 정 마담(김혜수 분)은 "잠깐'(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면 된다"는 형사의 말에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대꾸한다. ‘이대 나온 여자’보다 초등학교만 졸업했지만 어느 클라이언트보다 소송에서 필자의 의도를 잘 이해했던 옛 클라이언트가 그리워지는 연말이다.

문의 (213) 387-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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