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고독'이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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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행복칼럼] '고독'이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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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과학은 자동차로 대표되는 교통수단의 발달을 낳았다. 교통수단의 발달은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들었고, 대한민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들었다. 자동차, 고속철도, 항공기 등의 발달은 인류에게 엄청난 수준의 편리함을 제공하였다. 물론 이 편리함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21세기 초입에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대표되는 소통의 혁명이 일어났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그리고 트위터 등은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하게 하고, 삶을 나누게 한다. 일상의 삶에서 얻는 간단한 소식들, 사진들, 그리고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공감, 응원 그리고 격려를 하기도 하고,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이웃들과 감탄을 주고받는다. 

   

소통의 시대에 새로운 고민이 대두한다. 현대인들이 자신과의 소통 결핍 현상이 심각하다. 지구촌에 있는 수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데 가장 중요한 사람, 자신과는 대화하지 않는다. 자신과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인은 자신에 대한 이해와 주체성이 부족하다. 

   

현대인이 소통에 골몰한 나머지 소통의 양은 많으나 소통의 질이 부족하다. 자신과 삶 그리고 사물과 사건에 대해 깊이 있는 사색이 없다. 그저 피상적 수준의 지식만으로 산다. 그래서 만남도 피상적이다. 피상적인 정보를 근거로 선택하니 선택도 피상적이다. 중요한 선택에 확신이 없어 다른 사람들을 따라 선택하니 유행과 세류를 따라 산다. 

   

소통의 홍수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자신과 만남이다. 자신과 소통 없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은 공허한 일이다. 건강한 소통의 기본은 자신과 소통하는 것이다. 자신과의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이 고독이다. 고독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일상의 분주함에서, 계속되는 자극과 상처들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이다.

   

고독이 인생을 만든다. 지난 세기의 위대한 사상가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은 “가장 외로운 사람이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라고 했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마음과 영혼을 성장케 하여 비로소 위대하게 한다는 말이다. 발달한 교통과 소통으로 분주한 현대인들에게 고독이 필요하다.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다. 고독은 자신을 만나기 위해 세상과 단절하는 것이다. 고독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신을 만나고 성찰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고독은 생각하는 시간이다. 고독은 자신을 숙성시키는 시간이다. 고독이 없는 사람은 생각이 없는 삶을 살 위험이 크다. 사실, 생각하는 삶(Thoughtful life)은 성숙한 삶과 행복한 삶의 기초다. 

   

유대인으로 독일군에 감금됐다가 풀려나 미국으로 망명한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유대인을 잔혹하게 대했던 독일군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치를 떨도록 악했던 아이히만이 너무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순박한 아이히만이 왜 악한이 되었을까? 아렌트는 ‘생각의 부재’ 혹은 생각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결론 내린다. 아이히만은 생각하지 않아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비춰보면 ‘생각하지 않는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어느덧 찾아온 세밑에 몸도 맘도 분주하다. 분주한 시간일수록 자신을 돌아보는 고독한 시간이 필요하다. 한해가 저무는 분주한 12월에 선물을 주고받으며 소통할 때, 자신에 ‘고독’을 선물하는 여유와 품격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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