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5월에 가정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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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칼럼] 5월에 가정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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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을 캐는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를 세 번 외친다. 이것은 ‘동작그만’이란 명령이다. 신중하게 표시를 하고 “삼을 찾으시오” 하면 비로소 동료들이 인근에서 삼을 찾기 시작한다. 심마니 사이에서는 이와 같은 원칙이 있다. 삼을 캘 때는 실뿌리 하나도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그래야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글을 “심봤다!”로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경북 안동교회 김승학 목사로부터 미국에 사셨던 할아버지를 찾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할아버지 김승길, John Kim, 1910년~193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 이후 차이나타운에 거주했던 것으로 추측합니다.’ 심마니가 산삼을 캐듯 수소문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심봤다.” 상항교회 100년사라는 깊은 산에서 김승길/김명신을 찾았다. 독립운동을 이끄신 찬란한 흔적과 함께 할아버지를 찾았다.


확인된 자료를 보내니 “확인해보니 두 분이 거의 맞는 것 같습니다”라눈 답신과 함께 추가 요청이 있었다. “1903-4년쯤 하와이 최초교회,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에도 출석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김승길이라는 분이 이민자 혹은 교인 명단에 있는지 확인도 부탁합니다.” 심마니는 하와이로 연락을 했다. “김승길 Seung Kil Kim, 만 26세, 독신, 평북 순천 출생, 1903년 10월 15일 도착. 그 이후 그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음.” 곧 샌프란시스코로 가셨기에 기록이 더 이상 없었다. 가족의 뿌리는100년 산 산삼보다 귀하다.


“가정은 나의 옥토이다. 나는 거기에서 나의 내적인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 이름처럼 진주 같은 글과 진주 같은 사랑을 남긴 펄 벅(Pearl S. Buck) 여사는 가정을 좋은 땅에 비유했다. 좋은 땅이란 제목은 예수께서 하신 첫 스토리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서 왔을 것이다. 어떤 씨는 길가에, 돌짝에, 가시덤불에 흩어져서 제대로 자라나지 못하지만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100배, 60배, 30배의 결실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중국 가정사를 배경으로 ‘대지’라는 3부작 소설을 완성했는데, 1부작 ‘The Good Earth’는 퓰리처상을, 3부작 ‘분열된 일가’로 193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그녀는 구한말을 소재로 한 ‘살아있는 갈대’라는 소설을 썼다. 그는 이 소설에서 “한국은 고상한 국민이 살고 있는 보석 같은 나라다. 이 나라는 주변의 세 나라 -중국, 러시아, 일본-에는 여러 세기 동안 잘 알려져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나 서구 사람들에게는 아시아에서도 가장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라고 적고 있다.

  

‘살아있는 갈대’라는 제목도 시편의 ‘꺼져가는 심지도 끄지 않으시고, 상한 갈대도 꺽지 않으시는’을 연상케 한다. 구한말과 해방기까지의 한국은 꺼져가는 심지였고, 상한 갈대였다. 그 가운데서 살아남은 한국인 가족의 4대를 추적한 증언같은 글을 남긴 것이다. 전쟁과 늑탈이라는 참화로 인해 번진 들불은 순식간에 한민족의 모든 것을 다 앗아갔다. 잿더미로 변한 토지에 겨울은 남은 싹마저 다 얼어붙게 했다. 봄이 오는 들녘에 갈대의 싹이 돋고 있었다. 태워도 태울 수 없었던 땅 속의 뿌리에서 생명이 움을 돋아내는 것이었다. 한국의 역사를 추적하며 글을 쓰던 펄은 한국인을 사랑하게 되었고 기꺼이 한국고아들의 어머니가 되었던 것이다. 어찌 고향 땅에서 만인가? 고국을 떠났어도 새로운 땅에 살아있는 갈대로 뿌리를 내린 이가 바로 코리안 디아스포라이다.


교회는 확대된 가족이다.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에 한인들이 새로 뿌리를 내린지 100년이 넘었다. 교회는 이민자들에게 있어서 확대된 가족이었다. 특히 디아스포라가 된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국이 위기에 처할 때면 서슴없이 피와 땀으로 일구어 낸 열매들을 보내면서 나라가 다시 일어나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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