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칼럼] 생애 최고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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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칼럼] 생애 최고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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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6년 째 되는 큰아들 내외는 아기가 없었다. 금년 3월 쯤에 며늘아기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집에 오겠노라고. 코비드 기간이니 웬만하면 전화로 말하라고 하였으나 굳이 오겠다고 한다. 서둘러 간단히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만났다. 식탁에 앉으니 선물을 꺼낸다. “이건 아버님 것, 이건 어머님 것.” "아무 날도 아닌데 웬 선물이니?" 하며 뜯어보았다. 머그컵보다는 조금 큰 휴대하기 좋은 보온병이었다. “에고, 좋네, 고마워” 하고 내려놓자 아들이 “엄마, 보온병에 뭐라고 쓰여 있어?”한다. 읽어보니 “Grandpa/EST 2021, Grandma/EST 2021" ‘2021년도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는 소리?’ 나는 며늘아기를 덥석 꼭 안아주었다. 우리 부부는 큰아들네가 아기가 안 생겨 마음고생 많이 한 것을 안다. 서로의 눈에서 감사의 눈물이 흐른다.  

   

임신 초기 며늘아기는 입덧이 심했다. 토하고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고 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잣죽을 조금 끓여 보냈더니 그건 조금 먹는다고 했다. 그래서 잣죽이라도 자주 해 주려고 잣 손질을 남편에게 맡겼다. “할아버지 되려는데 이정도 수고쯤이야” 하며 투박한 두꺼비손으로 깨알보다 작은 잣꼬투리를 깨끗이 따준다. 믿음의 가문을 이어가게 해달라고 아침마다 한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한 것이라 우리 부부는 흥분하고 있었다.

   

초음파 사진을 보니 마치 누에고치 속 번데기 모양인데 손자란다. 기쁨과 감사로 하늘을 날 것 같았다. 초음파 사진을 엄마와 동생에게 얼른 보냈다. 설렘으로 산모와 손자의 건강을 위해 하나님께 전심으로 기도했다. 점점 자라나는 모습이 담긴 초음파 사진을 보며 지냈다. 열 달이 되자 10월 7일 드디어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지금 배 아파서 병원에 가요.” 

   

일하면서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 가정 믿음의 5대 장손이 태어나는 날이다. 밤이 늦어도 연락이 없다. 한밤 중에라도 소식이 올까봐 전화기를 옆에 놓고 누웠다. 새벽에 사진이 날아왔다. 눈도 크고 코도 크고 또랑또랑한 갓난이가 첫 손자다. 퇴원하여 집에 왔는데 사진보다 더 잘 생겼다. 눈과 코는 아들과 며느리를 닮았고 길쭉한 손가락, 발가락이 나를 닮았다.  

   

천국에 가신 시어머님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당신의 두 손자들을 보며 이런 장군들을 네가 낳았구나, 수고했다, 감사하다 하시면서 나를 대견해 하셨다. 그리고 늘 기도하시던 어머니, 한국에서 이민 오시기 전 우리 집에 몇 달간 머무신 적이 있다. 새벽녘에 창 밑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내다보니 화단 위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시는 어머니가 계셨다. 들어오실 때 여쭤보니 새벽기도를 가려는데 어찌된 일인지 대문이 열리지가 않아 할 수 없이 마당에서 기도를 하셨단다. 기도를 쉬지 않으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내 가슴에 항상 자리잡고 있었다. 어머니 같은, 디모데의 외조모 로이스와 같은 기도의 할머니가 되리라 마음 먹는다. 남편도 부모님이 생각나는 것 같았다. 아기를 안고 기도하는 모습 속에 시아버님의 모습이 보였다.

   

하나님의 선물, 신기하고 놀라와 찬양이 저절로 나왔다. 나의 찬양을 들으며 손자는 잠을 잔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얼마나 신기한지, 어떻게 엄마의 뱃속에서 10달 동안에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 오후 내내 아기를 보며 내 일생 최고의 선물, 손자를 얼굴이 닳도록 보고 왔다. 집에 왔는데 또 보고 싶다. 완전 사랑에 빠졌다. 요즘 내 인생 최고의 선물로 행복하다. 벌써 손자 보러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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