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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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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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펜데믹이 끝나지 않고 있다. 진정 기미가 있다고 하지만 이젠 코로나와 함께 사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다.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다. 어떤 상황이 A에서 B로 바뀌면 우리 일상의 모드(Mode)도 B에 맞도록 재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모드가 바뀔 때마다 하는 버릇이 있다. 평소 사용하던 사무실 내 책상 서랍이나 집의 옷장, 책장, 차고(車庫) 한 켠에 있는 사물함, 선반 등을 정리하는 것이다. 한동안 정리 않고 쌓아 둔 물건들을 뒤늦게 정돈하다 보면 별 필요치도 않은 것을 버리지 않아 불필요하게 자리를 차지한다든가, 가지런히 정돈돼 있지 않아서 필요할 때 찾지 못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보통 주부들은 새 집을 살 때 주방공간에 큰 관심을 갖는다. 주방은 주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만큼 쾌적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종 전자제품부터 다양한 주방기기를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잘 배치하고 수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얼마 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의 바다 세 곳과 에버글레이즈국립공원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그동안 펜데믹 기간을 잘 견뎌왔다는 스스로에 대한 보상(報償) 의미가 컸다. 코로나 사태가 조금씩 진정되면서 건설 프로젝트도 재개될 예정이라 한동안 여행을 가기 어려우리라는 심사도 작용했다. 


늦은 밤, 마이애미 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LA공항에서 대기하는 동안에도 활주로에는 이착륙 항공기들로 부산했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탄 비행기는 다음 날 오전 11시 마이애미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터미널 로비를 걷는 동안 벽에 걸린 대형판넬이 눈에 들어왔다. 알파벳으로 된 단어들이 가득 장식되어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수천 매(枚)의 개인명함을 수집해 모자이크 형식으로 몇 개의 영어 단어를 만들어 붙여 놓은 것이었다. 명함을 이용해 만든 일종의 그래픽 디자인이었다. 형형색색으로 수 천 명의 이름이 새겨진 동일한 규격의 네임카드이지만 군락을 이뤄 배치된 모양이 대단한 볼거리로 다가왔다. 


마이애미공항은 인테리어 감각이나 내부시설, 활주로 규모나 시설 등이 최고 수준이었다. 음수대(飮水臺) 앞을 지나다 보니 공항 이용객들을 위해 일반 수돗물 대신 정수기(靜水機)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최근 마케팅 정보업체 ‘JD파워’에 의해 미국 내 공항 이용객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뽑히기도 했다. 아마도 이러한 이용객들을 배려하는 점 등이 한몫했을 것이다. 터미널 환승역에 도착 후 살펴보니 마이애미공항에는 다운타운은 물론, 인근의 포트로더데일, 웨스트팜 비치까지 세 도시를 연결하는 2층으로 된 전망열차 형태인 Tri-Rail 이 매 시간 운영되고 있었다. 차(車) 없이도 플로리다주의 여러 도시로 이동할 수 있었다. 공항터미널에는 그레이하운드 정류장까지 있어 인근 키웨스트나 타주로 렌터카 없이도 갈 수 있다. 


플로리다의 바다는 멕시코 걸프만과 접한 탓인지 바닷물의 온도가 캘리포니아 태평양의 수온보다 높았다. 바다수영을 하는 동안 마치 천연해수탕(天然海水湯)에 몸을 담근 듯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닷물 빛깔도 진한 아쿠아 블루였다. 


며칠 간의 플로리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올 무렵 LA지인 중 한 분인 Q씨의 부음을 접했다. 지긋한 나이임에도 최근까지 건축설계를 하고 현장업무를 했던 분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설계도면을 연필로 직접 그렸다. 지금과 같은 컴퓨터 캐드(CAD) 프로그램을 이용한 디지털 도면이 아니었다. Q씨도 아날로그 도면에 익숙했던 터라 80년대부터 불어닥친 디지털 바람에 한때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 라는 신념과 남 다른 열정으로 어려움을 잘 극복했다. 요즘같은 디지털시대의 작업환경에 걸맞지는 않았지만 어떤 직업이든, 한 분야에서 40년 이상 정진(精進)한 사람은 구도자(求道者)라 칭찬할 만하다라는 얘기가 있다. Q씨도 50여년간 건축분야에만 종사했으니  ‘구도자’로서의 삶을 살았으리라는 생각에 숙연해졌다.


LA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빛의 속도로 바뀌는 초디지털 미래에는 단지 하던 것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누군가의 조언과 함께 이번 여행도 모드(Mode)가 바뀔 때마다 하는 ‘마음 속 수납공간이나 서랍을 정리’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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