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자화상을 그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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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행복칼럼] 자화상을 그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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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범 기독교계에 큰 영향을 끼친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심리학을 전공해 30대에 노트르담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그 후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 예일대학 신학부 교수로 재직하다가 홀연히 강단을 떠나 페루 지체아동 보호시설에서 생활한다. 

   

나우웬은 다시 하버드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지만 안식을 얻지 못한다. 신경쇠약 등으로 고통당하던 중에 렘브란트의 성화 ‘돌아온 탕자’를 만난다. 하염없이 그 그림을 보던 나우웬은 치유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 길로 그는 하버드대학을 떠나 캐나다의 정신지체 장애우 공동체 '라르쉬 데이브레이크'에서 장애우 봉사자로 남은 시간을 보낸다.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Harmansz Van Rijn 1606-1669)는 종교개혁 정신과 개신교 기운이 지배했던 네덜란드에서 출생했다. 그의 어머니는 천주교 신자였지만 아버지는 프로테스탄트였고 렘브란트도 평생 개혁주의 신앙을 고수했다. 그는 자신의 신앙과 성경지식을 바탕으로 약 1000여 점의 성서그림을 남겼다. 렘브란트는 역사상 탁월한 성서화가다.

   

그런데 렘브란트는 탁월한 자화상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여러 작품에 자기 얼굴을 그려 넣었다. 예컨대, ‘순교자 스데반’에서 스데반을 향하여 돌을 던지는 성난 군중 속에 자신의 얼굴을 넣었고, ‘빌라도의 법정’에서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지르는 무리 가운데 자신의 얼굴을 넣었다. 그는 자신의 죄를 고발한다. 그는 이런 그림들 속에서 ‘나도 그곳에 있었어요!’ ‘나도 그런 죄인입니다!’를 외친다. 

   

렘브란트는 평생 자신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데 공모한 죄인이라는 생각으로 살았다. 평생 거룩한 죄책감을 갖고 십자가의 길을 가려고 부단히 애썼다. 그러다가 인생 말년에 ‘돌아온 탕자’라는 의미 있는 작품을 남긴다. 이 작품은 렘브란트의 대표작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명작이다. 

   

렘브란트는 이 작품에서 자신이 걸어온 삶을 담아냈다고 알려진다. 아울러 그는 이 그림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렘브란트는 그림에서 탕자를 쓰다듬어 주는 아버지의 양손을 남자와 여자의 손으로 그려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으로 아들을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그린다. 

   

이 그림은 헨리 나우웬을 포함한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 ‘돌아온 탕자’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꾼 이유는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그는 초라한 자화상을 만천하에 공개하며 하나님께로 나아가기를 원했다. 렘브란트의 위대함은 그림솜씨나 작가적 창의력에 있지 않고 처절한 진실함으로 자화상을 그리는 진솔함에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모든 인생은 자화상을 그린다. 링컨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할 때 한 사람을 장관으로 추천받았다. 링컨이 단칼에 거절하자 이유를 물었다. 링컨은 얼굴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자 "생긴 것은 그 사람 책임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링컨은 "40세가 넘은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라고 했단다. 우리 모두는 자기 얼굴을 그리고 있다. 

   

더 심각하고 중요한 자화상은 하나님 앞에서 그려가는 자화상이다. 우리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하나님 앞에 있는 심판의 도화지에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나는 어떤 자화상을 그리고 있을까? 일평생 하나님 앞에서 자화상을 그렸던 렘브란트 심정으로 겸허히 내 자화상을 그린다! 탐욕, 허세, 거짓 그리고 변명도 버리고 죄인의 얼굴에 오버랩 되는 자신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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