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등 서부 주택가격 9개월 연속 하락

고금리·생활비 상승에
주택수요 둔화 나타나
“서부로 가라, 젊은이여(Go west, young man).”
이 오래된 격언을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서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 닷컴(Realtor.com)’이 발표한 2025년 12월 월간 주택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부 지역의 중위 매물 가격은 전년 대비 1.8% 하락했다.
리얼터 닷컴의 수석 경제 리서치 애널리스트 해나 존스는 “높은 모기지 금리와 전반적인 생활비 상승에서 비롯된 주거비 부담이 서부 전역의 주택 수요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부 지역은 캘리포니앚, 알래스카, 애리조나, 콜로라도, 하와이, 아이다호, 몬태나, 네바다, 뉴멕시코, 오리건, 유타, 워싱턴, 와이오밍 등 총 13개 주로 구성된다.
존스는 “높은 차입 비용이 구매력을 제한하고 있으며, 특히 이미 집값이 높은 서부 대도시권에서 그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매물 증가로 인해 과거 급격한 가격 상승을 부추겼던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면서 구매자 선택지는 늘고 가격 상승 압력은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부 지역의 가격 조정 폭이 다른 지역보다 더 큰 이유에 대해 존스는 “출발점 자체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주 해안 도시와 산악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은 주택 가격을 안고 이 시기에 들어섰다”며 “이 때문에 금리 상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고,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저렴한 남부 지역보다 구매자들의 저항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가주에서는 샌디에이고(-6.7%), 옥스나드(-5.9%), 샌호세(-5.5%)에서 주택 가격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존스는 “이들 시장에서는 심각한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구매 가능 인구가 줄어들면서 수요가 완화되고 가격 압박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에이전트 마시 로스는 “일부 지역의 가격 하락은 초저금리 시절의 과열된 매수 열풍에 따른 반작용”이라며 “당시 매입됐던 주택들이 다시 시장에 나오면서 일부 셀러들은 손익분기점에 겨우 도달하거나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얼터 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엘 버너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가격은 여전히 팬데믹 이후의 조정 과정에 있다”며 “해당 지역에서는 가격이 과도하게 부풀려졌고, 지금은 이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셀러가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가주에서 프록시마 리얼티 그룹을 설립한 티아 허니컷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많은 홈오너들은 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이웃보다 더 비싸게’ 팔겠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부의 다른 지역에서도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피닉스의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3.5%, 덴버는 3.4% 각각 하락했다. 존스는 “이들 시장은 증가하는 매물과 둔화된 수요가 맞물리면서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피닉스의 리맥스 파인 프로퍼티스 소속 에이전트 스테이시 밀러는 블랙록과 같은 대형 투자사들이 저가 주택을 대거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면서 생애 첫 홈바이어들이 원하는 지역에서 집을 찾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사들이 신규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주택 매물은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그 결과 매물 체류 기간이 길어지고, 셀러의 협상력은 약화되며, 가격 인하나 셀러의 양보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덴버에서 활동하는 콜드웰 뱅커 리얼티의 짐 메리언은 “콜로라도가 동·서부 해안을 제외하면 미국에서 가장 비싼 주가 되면서 높은 집값과 고금리가 구매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다수 주택 소유주가 4% 미만의 저금리 대출을 보유하고 있어 매도 유인이 크지 않다”며 “바이어들은 같은 매물이 몇 주씩 반복해서 나오는 것을 보고 서두르지 않으며, 대체로 호가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웨스트+메인 홈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스테이시 스타웁 역시 계절적 요인을 언급했다. 그는 “덴버는 사계절이 뚜렷한 도시이며, 부동산 시장도 매년 그 영향을 받는다”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며 나타나는 전형적인 비수기가 올해도 반복됐고, 거래가 줄어들면서 12월에 평균 매물 가격과 같은 지표의 변동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주에서도 가격 조정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현지 중개인 레디나 스트랜드는 “수년간 급격한 가격 상승을 겪은 뒤 금리가 오르자, 구매자들이 매달 상환액에 훨씬 민감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조금만 변해도 감당 가능한 주거비는 크게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과거 극심한 공급 부족 시기와 비교해 매물이 늘어난 것도 가격 하락 요인이다. 스트랜드는 “구매자 선택지가 늘어나고 긴급성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가격에 압력이 가해진다”며 “특히 가격 책정이나 상품성이 부족한 주택일수록 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구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