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축시] 첫 새벽의 창이 되어

오연희
새해의 첫빛이
밤을 걷어내며 천천히 들판을 건넙니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사물들이
하나둘 윤곽을 찾고
세상은 또다시 처음처럼 숨을 고릅니다
누군가는 현관 앞에 내려앉은 종이의 행간에서
또 누군가는 작은 화면 위에 뜬 빛의 문장에서
하루의 문을 열겠지요
지난 시간
우리가 건너온 계절들은
빛과 그림자의 언덕을 오가며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때로는 흐릿한 길목에서 멈춰 서야 했고
때로는 너무 밝아 눈을 감아야 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오늘의 첫 페이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붉은 말의 해, 2026년
타오르는 붉은 기운과
바람결 같은 추진력으로
새로운 질서를 빚어내야 할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숨 고른 단단한 발걸음으로
나아갈 방향을 살피는 지혜를 품습니다
이 새벽
이름 없이 스쳐 간 선의의 손길
흔들리면서도 끝내 부서지지 않았던 하루들
한 줄의 말로 서로를 건져 올리던 순간들
그 조용한 빛들이
새해에도 계속 켜져 있기를 바랍니다
그 빛들이
당신의 걸음을 조금 더 가볍게 하기를
당신의 마음을 조금 더 깊게 데워주기를
새해 첫 장을 여는 이 아침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른 이야기의 길을 시작합니다
그 길이 서로를 비추어
더 넓은 하루로, 그리고 한 해로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 오연희 시인은;
심상(心象) & <시> 등단,
<저서>
시집 : 『호흡하는 것들은 모두 빛이다』 『꽃』
『오늘도 소풍』전자시집
산문집: 『시차 속으로』 『길치 인생을 위한 우회로』
디카시집: 『이 순간』 『묵음의 빛』전자시집
<수상>
에피포도 예술상, 시와정신 해외시인상, 해외문학상 대상,
미주 윤동주문학상 특별상, 코위너 디카시 공모전 대상,
디카시계관시인상, 해외풀꽃시인상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역임, 미주한국문인협회 이사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