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나이 들면 혈압과 당뇨 조절을 느슨하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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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나이 들면 혈압과 당뇨 조절을 느슨하게 해야 할까?

웹마스터


임영빈

K-day PACE 원장


고령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이제 나이도 많은데 혈압이나 당뇨를 너무 엄격하게 잡을 필요가 있나요?” 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느슨하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판단의 주체는 환자 본인이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주치의여야 한다. 치료의 강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고령일수록 더더욱, 치료의 주도권은 의료진에게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


혈압과 당뇨는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기본적으로는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집에 비유해 보자. 오랜 시간 수압을 낮게 유지하며 배관을 써온 집이, 항상 높은 수압에 노출된 집보다 구조적으로 더 건강하다. 혈관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간 혈압과 혈당이 낮은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 혈관은 합병증 위험이 훨씬 낮다. 따라서 “나이가 들었으니 대충 관리해도 된다”는 접근은 출발점부터 잘못된 생각이다.


그렇다면 언제 ‘느슨한 조절’이 필요한가. 이는 나이 그 자체가 아니라 기능적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아무리 고령이라도 혼자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외래 진료를 받으며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면, 그 환자는 사실상 ‘일반 성인’에 준해 진료받아야 한다. 같은 78세라도 한 분은 요양병원에 누워 계시고, 다른 한 분은 활발히 외래를 다니며 생활한다면, 치료 목표가 같을 수는 없다. 전자의 경우에는 저혈압이나 저혈당으로 인한 낙상·의식저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더 느슨한 목표가 필요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더 높은 기준의 치료가 오히려 정당하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혈압의 경우, 대규모 임상연구들에서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는 것이 심혈관 예후에 유리하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현실 진료에서는 예외가 있다. 혈압을 낮췄을 때 어지럼증, 실신, 낙상 위험이 커진다면 그 순간부터는 ‘이론적으로 좋은 혈압’이 아니라 ‘환자에게 안전한 혈압’을 선택해야 한다. 이때 비로소 혈압 목표를 조금 느슨하게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혈당 조절은 당화혈색소(HbA1c)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은 7% 이하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저혈당 위험이 있거나, 동반 질환이 많고 전반적인 예후가 좋지 않은 고령 환자라면 7~8% 수준으로 목표를 완화할 수 있다. 기대여명이 제한적인 경우에는 8%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도 임상적으로 허용된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대충 관리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저혈당으로 인한 즉각적인 위험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조정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핵심은 단순하다. 고령이라고 해서 혈압과 당뇨 관리를 자동으로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무조건 젊은 기준을 강요하는 것도 옳지 않다. 환자의 기능 상태, 삶의 질, 부작용 위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것이 노년기 만성질환 관리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균형점을 판단하는 역할은, 환자가 아니라 주치의의 몫이다.  문의 (213) 757-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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