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새해] ‘하모니카 앙상블’의 전설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아무튼 새해] ‘하모니카 앙상블’의 전설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웹마스터

지난 3 23 크립토닷컴아레나에서 열린 LA킹스-뉴욕 레인저스 정규시즌 경기. 식전행사에 시니어센터 하모니카 앙상블이 미국국가를 연주하는 모습이 장내 TV 비춰지고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시니어들이 LA킹스 경기 하모니카 연주를 하고 있다.

시니어들이 LA킹스가 선물한 저지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하모니카 앙상블이 지난 2023 6 7 LA시청 대회의실에서 하모니카로 미국국가 연주를 하고 있다.

위상 높아진 시니어 연주팀이 지난 7 베벌리가든스파크에서 열린 베벌리힐스 축제무대에서 하모니카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TV방송 ABC 7 화제의 시니어센터 하모니카 앙상블을 특별 보도한 장면.

LA킹스와 플레이오프를 치른 캐나다 에드먼튼 오일러스 시니어팬들이 저지를 입고 피리를 불면서 전국적으로 둘풍을 일으킨 한인 시니어 하모니카 앙상블 흉내를 내고 있다.  (위에서부터)


평균나이 80 시니어센터 수강생들

"그냥 좋아서 했는데" 어느새 ‘프로’

고음의 까다로운 미국국가 완벽소화

LA시청·LA킹스 연주로 ‘벼락스타’

관객들 따라 부르며 감동의 물결

베벌리와 LA한인축제 등 초청 쇄도

“내 평생 이렇게 황송한 환대는 처음”

새해 1월 20일 킹스 홈경기 또 출연  



‘하모니카 앙상블’의 전설은 2026년 새해에도 계속된다. 

한인타운 시니어 & 커뮤니티 센터(회장 이현옥)에는 커뮤니티의 자랑인 하모니카 앙상블이 있다. 아마도 지난해 LA한인사회 최대의 히트작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하모니카 앙상블’일 것이다.


평균 나이 80세 이상, 하모니카 초보자들로 구성됐던 시니어센터 하모니카반, 바로 그 팀이 이제는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리며 전국적인 스타가 됐다.  


특히, 지난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LA킹스 홈경기에 거푸 참가해 미국국가를 연주하면서 하모니카팀 활약은 전국은 물론 캐나다와 태평양 건너 한국에까지 보도됐고,  그야말로 글로벌 스타가 됐다. 


“뭐, 80세 이상의 평범한 이민 1세대 할머니들이 하모니카를 분다고? 그것도 따라하기 힘든 미국국가를 제대로 연주한다고? 한복까지 곱게 차려입고…”


그렇게 유명세를 타면서 시니어센터 하모니카 앙상블은 지난해에 LA킹스 경기 말고도  베벌리힐스 축제, LA유학박람회, LA한인축제 등에 초대돼 실력발휘를 했다. 


올해도 벌써부터 첫 연주 일정이 잡혔다. 오는 1월 20일(오후 7시) 다운타운 크립토닷컴아레나에서 열리는NHL LA킹스 대 뉴욕 레인저스 경기의 오프닝 무대에서 미국국가를 연주하기로 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한인 시니어 하모니카 앙상블의 ‘인생역전’, 열서너 명으로 시작해 이제는 70인조 대형 팀을 꿈꾸게 된, 그 드라마의 여정을 쫓아가 본다.  


#. 전설의 시작-LA시청 연주

2023년 6월 7일 LA시청 3층 대회의실. 시의회 회의를 앞두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18명의 한인 시니어들이 저마다 하모니카를 들고 회의실로 들어섰다. 시의회 초청으로 회의 시작에 앞서 미국국가를 연주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 실력으로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pangled Banner)’를 깔끔하게 소화했다.  


연주가 끝나자 회의실에 있던 15명 시의원 전원은 "원더풀"을 연발했다. 객석을 메운 청중들도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 하모니카 클래스를 만들다 

시니어센터에 하모니카반이 개설된 것은 지난 2019년. 시니어를 위한 음악수업 중 하나로, 하모니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자원봉사자)가 있어 모집을 시작했다. 악기를 배우고 싶어하는 10여 명으로 강의가 시작됐다. 워낙 초보자들이라 아무리 해도 대중 앞에서 연주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 아니, 애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 불가능은 없다.

누군가 발상의 전환을 했다. 그리고 딱 한 곡, 그 노래만을 미친 듯이 연습하기로 했다. 음역대가 높고 넓어서 따라 부르기조차 힘든 미국국가를 완주하는 게 목표였다. 그때가 2021년. 처음부터 연습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하지만, 시니어들의 열정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무려 2년 이상의 맹연습. 시니어들의 입에서는 ‘도, 솔, 솔, 라, 솔, 파, 미, 레, 도, 레, 미, 레, 도, 레, 미, 파, 미, 레, 도~’로 시작하는 국가의 계명이 절로 튀어나왔다. 엄청난 노력으로 그들의 하모니카 연주실력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있었다. 


#.닫힌 문은 두드려야 열린다

시니어들의 하모니카 실력은 일취월장 했건만 발표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시니어센터 측은 “소수계 민족의 시니어들이 그들의 전통의복을 입고 미국국가를 하모니카로 연주한다는 것은  배려와 화합의 상징 그 자체로 환영받을 수 있다”며 언제든 무대에 설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니어센터에서 LA시 주최 타운홀 미팅이 준비되고 있었다. 미팅 성사를 위해  시청 공무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이때 시니어센터 측에서 공무원들에게 한인 시니어들의 하모니카 연주 실력을 소개했고, 시청에서 발표할 기회를 갖기를 요청했다.  


#.실력 발휘할 기회를 얻다

공무원들의 첫 반응은 시큰둥했다. 아니,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뭐, 80대 시니어들이 하모니카로 미국국가를 연주한다고~. 그게 말이 돼~.”


그러고는 8개월이 흘렀다. LA시청에서 국민의례 때 하모니카 연주를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는 것 자체를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마침내 ‘입질’이 왔다. 시니어센터 측 요청을 농담삼아 들었던 공무원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보스에게 보고를 했고, 오랜 논의 끝에 “한 번 해 보자”는 연락이 왔다. 


#. 이민 120년사에 길이 남을 쾌거

무대에 서는 조건? LA시 측에서 연주하는 조건을 물었다. 시니어센터의 요구는 간단했다. 시청까지 이동할 차편과 물, 그리고 한복을 입고 연주하는 것. 그렇게 시의회 초청으로 무대에 선 시니어센터 하모니카 앙상블은 120년 넘는 미주한인 이민사에 전례 없는 ‘사건’으로 훌륭한 데뷔전을 치렀다. 시니어센터 하모니카 앙상블의 전설은 그렇게 시작했다.


#. 일본 커뮤니티의 '시샘'

한인 시니어들의 시청에서의 미국국가 연주는 파격이었다. 이민자 커뮤니티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일이었다. 시의회는 물론 당시 회의 참관자들이 모두 ‘쌍 따봉(최고)’을 외칠 정도였으니 화제가 만발했다. 일본 커뮤니티의 시샘이 컸다. 그들은 “‘우리가 한인 시니어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 우리는 시니어팀은 물론 청소년팀까지 다 구성할 수 있다. 원하는대로 해 줄테니 우리도 시청 무대에 초청해 달라’고 수없이 요청을 했다”는 것이 센터 측 설명이다. 일본 측 요청은 여전히 성사되지 않고 있다.   


#.북미 4대 프로 스포츠를 노크하다

시청 연주는 ‘된다’ ‘통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귀중한 경험이었다. 시니어센터 측에서는 내친 김이 더 큰 무대를 찾았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LA 4대 프로 스포츠 구단들을 겨냥해 제안서를 던졌다. 


“사실, 한인들에게도 가장 인기 많은 프로야구 LA다저스가 응해주길 은근히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연락이 없었어요. 다른 구단들도 마찬가지 였지요.”


연락은 없었지만 연습은 더욱 치열해 졌다. 준비된 자에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2025년 2월, 마침내 NHL LA킹스에서 연락이 왔다. “제안은 좋은데, 혹시 연주하는 영상이 있으면  보내줄 수 있느냐.” 


시청에서의 연주 동영상을 보내줬고, 이를 본 킹스 고위층에서는 ‘OK’ 사인을 냈다. 시니어들의 연주에 시의원들이 감동하는 모습을 본 킹스에서는 그 이상의 흥행보증이 없었다.


#. 프로무대에 데뷔하다

2025년 3월 23일. 시니어센터 하모니카 앙상블이 프로무대에 데뷔한 날이다. LA킹스가 보스턴 브루인스를 상대로 정규시즌 일정을 치르는 날이었다. 사실, 조건은 조금 열악했다. 초청연주가 아니었다. 시니어센터 측의 퍼포먼스 제안을 킹스 측이 수용한 모양새였다.   


킹스는 14명의 연주단원과 스태프 포함 총 30명분의 입장권을 구매할 것과 이동편의를 위한 버스 제공도 할 수 없다고 했다.  1인 120달러짜리 입장권을 67달러로 할인해 주기는 한다지만 시니어센터 형편상 결단이 필요했다. 


시니어센터도 알리고 한인 커뮤니티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비용이 걸림돌이었다. 당시 신영신 이사장은 “조금 돈을 들여서라도 참가하자”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다행히 버스편은 삼호관광 신성균 대표가 도움을 줬고, 나중에 킹스에서도 절반은 도움을 주기로 해 해결할 수 있었다. 


#. 감동의 무대가 된  LA킹스 경기

LA시청 연주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2만 관중의 시선이 온통 하모니카 앙상블로 쏠렸다. TV와 SNS로도 중계가 됐다. 하지만, 우리 시니어들이 단단히 준비해 온 무대였다. 한복차림의 시니어들이 하모니카 리듬으로 미국국가를 살려내자 관중들은 감격스런 표정으로 국가를 따라 불렀다. 연주가 끝났을 때는 모두가 엄청난 함성과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하모니카만이 아니었다. 2피리어드가 끝나고 잠시 휴식시간이 있을 때 시니어센터 장구반이 배턴을 넘겨받아 흥을 살렸다. 


이날 센터 신영신 이사장은 킹스 유니폼을 입은 모습으로 중앙 무대에서 큰 북을 치며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NHL 출범 108년 역사상 한인 시니어들이 식전 행사에서 미국국가를 연주하는 등 무대를 접수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하모니카 연주 응원 덕이었을까. 킹스는 7-2 , 대승을 거뒀다.


#.  “또 와줄 수 있나요”…킹스의 구애

경기 당일 하모니카 연주에 대한 반응이 뜨겁자 킹스는 팀 트위터에 관련 동영상을 올렸고, ‘감동’의 댓글들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다. 구단 측에 ‘한 번 더 초청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그리고 팀이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게 되자, 진짜로 출연 섭외가 왔다. 


이번엔 입장권도 버스 대절료로 모두 구단에서 대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 4월 21일 캐나다 에드먼튼 오일러스와의 7차전 시리즈의 홈 개막전.  14 명의 시니어센터 하모니카반 연주에 맞춰, 경기장을 가득 메운 2만 관중은 한 마음으로, 미국국가를 제창했다. 


하모니카 멤버인 LA거주 82세 백진순 할머니는 “한인 커뮤니티를 미국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돼 너무 자랑스럽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킹스는 이번에도 6-5로 승리를 거뒀다. 어느 새 킹스 팬들 사이엔 ‘하모니카 앙상블=킹스 승리’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114만 팔로워를 가진 킹스의  X 채널에도 시니어들의 동영상이 포스팅됐고 ‘계속해서 나와달라’는 요청이 넘쳐났다. 


진짜로 킹스는 4월 23일 PO 2차전에도 출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엔 구단에서 시니어들이 연주할 때 입을 수 있도록 킹스 저지까지 준비했다. 지난 3월 연주 때와 비교하면 대접이 180도로 달라졌다. 킹스는 PO 2차전까지 6-2로 승리했다. 


#. 캐나다 커뮤니티도 '시니어 피리팀'으로 맞불?

한인 시니어들의 하모니카 응원에 킹스가 연승을 달리자 SNS에는 재미난 동영상이 올라왔다. 캐나다팀을 응원하는 지역 시니어들이 오일러스 유니폼을 입고 피리를 불며 응원하는 영상이었다. 한인 시니어 파워와 ‘장외대결’을 신청한 모양새였다.  


#. 전국에서 벼락처럼 터진 인기

TV로도 생중계 된 시니어센터 하모니카 앙상블의 ‘맹활약?’은 전국적인 화제였다. 한인 미디어는 물론이고 주류 신문과 방송에서도 인터뷰가 쇄도했다.   


워싱턴포스트에서는 신영신 이사장을 인터뷰했고, ABC TV와 케이블채널 TNT도 취재 요청을 했다. LA로컬 KTLA 5 방송국에서도 연락이 왔고,  LA타임스, AP, ESPN도 보도를 했다. 바다 건너 한국 언론에서도 미국 한인 할머니들의 활약은 최고의 기사감이었다.


하모니카팀 시니어들도 신바람이 났다. 킹스 무대에서 연주하는 할머니를 본 가족들은 “아무나 설 수 있는 곳이 아닌데…”라며 놀라워 했다고 한다. 시니어들의 인기가 치솟자 가족들도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시니어들의 손에 들려있던 월마트에서 파는 15달러짜리 하모니카가 어느 순간부터 200달러짜리 최고급 하모니카로 바뀌어 있었다.


“내 평생 이렇게 주목받기는 처음이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 준 시니어센터가 너무 좋다.” 


#. 하모니카반 ‘연전연승’의 숨은 비밀

하모니카반 인기가 높아지면서 클래스 지원자들도 줄을 서기 시작했다. 20~30명 정원도 40~5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실력이 안되는데 모두가 프로무대에 설 수는 없는 일. 시니어센터에서는 연주 일정이 잡히면 그때마다 별도의 ‘오디션’을 봤다. 한국 양궁의 불패신화를 모방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다음 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모두가 동일하게 경쟁을 하는 원칙. 그 원칙을 오디션에도 적용했다.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에 80세 시니어들이 밤을 세워 연습을 해 옵니다. 그래도 기준에 못 미치면 잡힌 일정엔 참가하지 못합니다. 모두들 기를 쓰고 연습하려고 해요."  시니어들이 2만 관중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완벽한 연주로 감동을 줄 수 있었던 이유다.

 

킹스가 PO에서 2연승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이후 4연패 하면서 시니어센터 하모니카 앙상블의 전설도 주춤하게 됐다. 시리즈 전적 2승2패 후 맞은 4월 29일 홈 5차전에서 하모니카 연주를 하며 응원했지만 아쉽게도 킹스 선수들이 따라주지 못했다.


#. 베벌리와 LA한인 축제 잇단 러브콜

 킹스와의 동행은 일단 멈췄지만 시니어센터 하모니키반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지난 5월 LA총영사관이 참여한 LA유학박람회, 7월엔 베벌리힐스 축제에 참가했다. 시에서 주관하는 공식 축제로 미국 내 15개 소수민족 공연팀이 참가하는 자리로 한인 공연팀 초대는 처음이었다. 10월엔 제52회 LA 한인축제 무대에도 올랐다. 처음으로 45인조 앙상블이 꾸려졌다. 자원봉사 지휘자가 팀을 리드하며 구색을 갖춘 완벽한 연주팀으로 거듭났다.  


이외에도 초청하는 곳이 많았지만, 응하는 데는 나름 기준이 있다. 커뮤니티에 유익하고 한인사회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무대이어야 한다는 것. 


킹스는 포스트시즌 경기에 탈락했지만 하모니카 앙상블의 인상적 활약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어버이날 효도잔치 때는 시니어센터를 직접 방문해 1만5200달러의 기금을 후원했다. 또, 추석잔치 때도 타월을 전달하는 등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 시니어센터 하모니카 앙상블의 '기적'이 지속되길 바라며.


김문호 기자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