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보다 성장'… 대학은 스토리를 본다
'올 A'가 아니어도 명문대 입학문은 열려 있다. 한 교육기관에서 열린 칼리지페어 모습. /AP
완벽한 성적 없이 명문대 도전하기
성적 '상향 트렌드' 보이면 도움
지원서에 긍정적인 이야기 담아야
경쟁이 치열한 명문대 진학을 꿈꾸지만 학업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 학생들에게 주변 친구들의 완벽한 성적표나 많은 리더십 경험은 좌절감을 안겨주기 쉽다. 뛰어난 GPA나 화려한 이력서가 없으면 꿈의 대학 합격은 불가능하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내내 올 A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합격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 입시는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많은 대학들이 지원자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고자 하며, 성적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와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다.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반전은 가능하다
현재 10학년이나 11학년이라면 아직 희망은 있다. 일부 학생들은 고등학교 초반의 방만한 학교생활이 대학 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특히 최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더욱 그렇다. 아직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있고 성적을 끌어올릴 의지가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행동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입학사정관들은 '상승 곡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9학년 때 평범했던 성적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향상되는 추세를 보인다면 이는 학생의 성숙과 학업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실제로 많은 명문대학들이 최근 학기 성적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교사나 카운슬러와 상담해 시간 관리 방법을 배우고, 이해가 부족한 과목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이나 튜터링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학업 성취도의 상당 부분은 개인의 동기와 의지에 달려 있다. 성적표에 찍힌 C를 A로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면 가장 큰 장애물은 결국 자기 자신일 수 있다. 과외활동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클럽이나 운동팀에 늦게 합류하더라도 꾸준히 참여하고 헌신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
◇지원서에 긍정적인 서사를 담아라
자기 소개서의 핵심은 '성적'이 아니라 '사람'이다. 한때 의욕을 잃었던 학생이 계기를 통해 학업에 몰입하게 된 과정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질병이나 가정환경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업에 제약을 받았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들은 역경을 극복한 경험을 가진 지원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어려움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자신의 강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변명처럼 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어려움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공통지원서(Common App)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 지원서에는 성적이나 활동 이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개인적 사정을 보충할 수 있는 항목이 마련돼 있다.
이를 활용해 성적 부진이나 활동 부족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추천서를 작성하는 교사나 카운슬러에게도 이러한 상황을 알려 지원서 전체에서 일관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자기소개서에서는 구체적인 일화를 통해 나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성적이 낮았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화학 시험에서 D를 받은 후 매일 아침 30분 일찍 등교해 선생님께 질문하며 개념을 다시 쌓아갔고, 학기말에는 A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와 같이 구체적인 행동과 결과를 제시하는 것이다.
◇전략적 대학 선택도 중요
지원 대학 목록을 작성할 때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최상위권 대학만 고집하기보다는 나의 성적과 프로필에 적합한 다양한 수준의 대학을 균형 있게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도전 대학(reach schools)', '적정 대학(target schools)', '안전 대학(safety schools)'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일부 대학들은 표 시험 점수 제출을 선택사항으로 하는 'test-optional'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만약 SAT나 ACT 점수가 전체 프로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면 이런 대학들을 전략적으로 고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경우 자기소개서, 추천서, 과외 활동 등 다른 요소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홈스테이트 주립대학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많은 주립대학들이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과 합리적인 등록금을 제공하며, 일부는 명문 사립대학에 버금가는 평판을 갖고 있다. 주내 거주자에게는 입학 우대 정책을 적용하는 경우도 많아 합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갭이어 또는 커뮤니티 칼리지도 대안
원하는 대학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다면 반드시 곧바로 진학할 필요는 없다. 졸업 후 갭이어(gap year)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갭이어 동안에는 취업, 여행, 학습, 혹은 전문 프로그램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는 빈약했던 이력을 보완하고, 이후 대학 지원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갭이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명확한 목표와 계획이 필요하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경험을 쌓고 자신의 관심 분야를 탐색하며 성숙해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봉사활동, 인턴십, 온라인 강좌 수강, 자격증 취득 등 구체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선택지는 커뮤니티 칼리지 진학 후 편입이다.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으로 지원할 경우 고등학교 성적과 시험 점수의 비중은 크게 낮아진다. 새 출발을 원한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경로다.
특히 많은 커뮤니티 칼리지는 주립대학과 편입 협약을 맺고 있어 일정 학점과 성적을 충족하면 편입이 보장되기도 한다. UC 시스템이나 뉴욕주의 SUNY 시스템 등은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들을 위한 체계적인 편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수현 교육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