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고석화 뱅크오브호프 명예회장의 ‘유쾌한 은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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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고석화 뱅크오브호프 명예회장의 ‘유쾌한 은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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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호프 고석화 명예회장이 지난 10일 옥스포드호텔에서 은퇴식을 했다. 고 회장이 활짝 웃으며 7개월 갈고 닦은 기타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촛불 켜진 축하 케이크 앞에서 손주들과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고 회장이 환한 미소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뱅크오브호프 케빈 김 행장이 선물로 준비했다는 '동상'도 웃는 모습이다. 막내아들(가운데 피터 고 뱅크오브호프 전무) 가족과 손님을 맞으며 파안대소 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김문호 기자 


보통은 그렇다. 아쉽고, 안타깝고, 무겁고. 그래서 참석자들도 눈치를 보며 적당히 분위기를 조절해야 하는

그런데, 아니었다. 웃다 못해 아주 파안대소한다. 주인공이 저리 유쾌한데, 손님들도 눈치 볼 일 없다. 만면에 웃음 띤 얼굴로 크게 크게 말한다. “은퇴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고석화 뱅크오브호프 명예회장의 은퇴식이 치러진 지난 10일 LA옥스포드호텔 행사장 분위기는 그랬다. 20대 젊은 나이에 이민와, 철강사업을 하며 은행계에 발을 디딘지 40년 만의 은퇴. 


고 회장이 한인 은행계에 초석을 놓아 다지고 탄탄히 발전시킨 그 지난한 과정에서 어려움이 어찌 없었을까. 숱한 난관을 뚫고 지나온 사연을 들먹이기 시작했다면 내내 엄숙함이 감돌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터. 


행사도 거창하지 않았다. 이민 1세대로 고초 끝에 큰 성공을 거두고 하는 행사이니 사실 그런 기대를 할 만도 했다. ‘저녁밥을 먹기까지 최소 축사만 10명 쯤은 하겠거니…’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천주교 신자로서 갖는 행사라 신부님 축도가 먼저였다. 이어 고 회장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모든 일에 완벽함을 추구한 고 회장을 ‘미스터 퍼펙트(Mr. Perfect)'로 칭한 뱅크오브호프 케빈 김 행장의 위트있는 소개,  그리고 자신이 설립한 고선재단이 후원해 온 봉사단체 대표 3인의 축사가 전부였다. 


크고 작은 인연을 맺어 온 여러 지인들도 나름 한마디쯤 보태고 싶을 자리였으니 어찌 요청이 많지 않았을까. 행사 순서와  테이블 장식까지도 세심히 신경쓰고 일일이 체크했다는 고 회장의 완벽주의적 성격상 아마도 연말 어려운 발걸음을 했을 손님들을 최대한 배려했을 성 싶다. 


은퇴식의 하이라이트는 고 회장의 기타연주와 노래. 지난 7개월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부끄럽지만 여러분 앞에 감히 선보이겠다고 나선 자리였다. 사회자는 "고 회장님 '에델바이스' '만남' '러브미텐더' 3곡을 준비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초보연주자답게 비교적 느린 곡들이었지만 의미를 담아 노래하는 목소리에선 '청춘의 열정'도 뭍어났다.


그렇게 3곡이 무난히 끝났을 때 모두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고 "앵콜"을 요청하는 말도 들렸다. '초보인데 앵콜곡까지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얼핏 들었다. 그런데, 연주 후 자리에서 일어나던 고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 앉았고 곧바로 기타줄을 튕기며 노래를 이어갔다. '가을사랑' 'Can't Help Falling in Love' 그리고 한 곡 더 들어 갈려는 찰라에 제동이 걸렸다.  


은퇴를 결심하고 인생 제2막을 자선가, 독지가, 봉사자로 살기로 하면서 여유를 갖고 7개월여 배운 기타실력은 '정'을 통하기엔 안성맞춤이었으나 '흥'까지 살리기엔 역부족(?). 어수선해진 틈을 노려 케빈 행장이 꽃다발을 전했고 더 많은 꽃다발이 전달되면서 자연스럽게 기타를 물렸고 그렇게 '기타' 순서가 끝나는 듯 했다. 


그런데, 고 회장은 더욱 크게 웃음을 지으며 기어이 다시 기타를 잡았다. "나, 이거 해야해요. 한 곡만 더하고요." 그렇게 고 회장은 냇킹콜의 'Autumn Leaves'를 차분하게 연주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포복절도. 그렇게 고 회장은 앵콜까지 염두하고 준비한 모든 노래를 다 소화하고 '어린이 마냥 환한 웃음'으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사회자의 재치있는 한마디가 손님들에게 더 큰 웃음을 줬다. "고 회장님이 은퇴식 아닌 기타리스트로 화려한 데뷔를 하셨습니다. 그래미 어워드감인 걸요."  


세상에 이렇게 유쾌한 은퇴식이 또 있을까. ‘굿바이 Mr. Perfect!’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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