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와 인생] 음악은 생명 전체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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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와 인생] 음악은 생명 전체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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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균(팝 피아니스트)

 

사람은 말을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침팬지라 해도 인간처럼 말을 하지는 못한다. 실제로 과학자들이 침팬지 새끼를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환경에서 함께 키워보는 실험을 했지만, 사람과 달리 침팬지는 끝내 언어를 습득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은 말뿐 아니라 노래도 한다. 물론 새들도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새들이 부르는 노래는 인간의 노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새의 노래는 사실상 짝을 유혹하거나 위험을 알리기 위한 본능적인 신호에 가깝다. 반면,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기쁨, 슬픔, 사랑, 분노, 희망까지 담아내며 그 종류 또한 무한히 다양하다.

더욱 중요한 차이는 작곡이다. 음악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동물은 없다. 하지만 인간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감상하며 살아간다. 음악은 분명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음악은 인간에게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동식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들이 있다. 젖소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지속적으로 들려주었더니 우유 생산량이 늘었고, 암탉들에게 경쾌한 음악을 들려준 결과 산란량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한국의 한 학자는 덩굴식물의 두 뿌리를 각각 다른 온실에 심어 놓고, 한쪽에는 하루 종일 클래식 음악을, 다른 한쪽에는 시끄러운 하드락 음악을 계속 들려주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 쪽의 덩굴은 곱고 곧게 자란 반면, 하드락 음악을 들려준 쪽의 덩굴은 제멋대로 뒤틀리고, 심지어 어떤 것은 온실 유리를 뚫고 밖으로 뻗어 나갈 기세를 보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음악학적으로 접근할 것인가, 물리학이나 다른 학문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가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바이올린의 높은 소리에 모기들이 몰려드는 현상이 물리적인 공명 때문인지, 음악적 반응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젖소, 암탉, 덩굴식물 실험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음악이 생명체에 분명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농촌에서는 바쁜 농번기마다 북과 장구, 꽹과리와 징, 나팔을 불며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깃발을 들고 논밭을 돌아다녔다. 그것은 술 마시고 즐기기 위한 축제가 아니라, 음악을 들려주면 곡식이 잘 여문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자연과 음악의 관계를 꿰뚫어 본 우리 선조들의 놀라운 지혜는 아니었을까? 음악이 인간의 마음뿐 아니라 식물과 동물, 그리고 자연까지 어루만지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전 수원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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