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를 이해하는 것이 연대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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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를 이해하는 것이 연대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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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연주로 한국의 아리랑과 히브리 전통민요를 부른 안젤라 북달 랍비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이훈구 기자



한·유대인 커뮤니티 특별 대담

각계인사 200여명 참석 관심

한국계 북달 랍비 강연 성황

 

한인 커뮤니티와 유대인 커뮤니티 간 상호 이해와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특별대담이 지난 5일 LA 한인타운 윌셔 불러바드 템플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한인과 유대인 커뮤니티 인사 등 200여 명이 모여 두 공동체의 협력과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번 대담은 윌셔 불러바드 템플과 카시패밀리 사회복지재단이 공동 주최했다. 특히 유대교 최초의 한국계 랍비인 앤젤라 북달(Angela Buchdahl)이 특별연사로 초청돼 큰 관심을 모았다. 


북달 랍비는 강연을 통해 한인이자 유대인 랍비로 살아온 삶과 정체성, 그리고 신앙 여정을 진솔하게 나누며, 두 커뮤니티가 신뢰와 공감 속에서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로버트 안 LA한인회장은 환영사에서 “한인·유대인 커뮤니티가 지속적인 협력과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여기에 혼혈 정체성의 고민을 종교적 리더십으로 승화시킨 한국계 유대인 북달 랍비의 강연이 더해져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됐다”고 강조했다. 


북달 랍비는 “서로 다른 문화와 신앙을 가진 두 공동체가 신뢰 속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에 어떤 이야기로 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했다”며 “오늘은 한국인 어머니 설자 워닉과 미국인 유대인 아버지 프레더릭 데이비드 워닉 사이에서 태어난 제 이야기로 시작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낯선 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연대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북달 랍비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5세 때 가족과 함께 워싱턴주 타코마로 이주했다. 그는 조부모가 설립을 도운 템플 베스 엘에서 유대교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으나 혼혈이라는 이유로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편견에 직면했다. 특히 16세 때 이스라엘 방문 중 정통파 룸메이트로부터 “어머니가 유대인이 아니니 할라카(유대교 율법)상 유대인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깊은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이 경험은 오히려 그가 더욱 굳건한 유대인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예일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그는 뉴욕 히브루 연합대학-유대교 종교연구소(HUC-JIR)에서 공부해 1999년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칸토르(성가대 지휘자)가 되었고, 2001년에는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랍비로 서품을 받았다. 칸토르와 랍비 자격을 모두 갖춘 최초의 여성이라는 점에서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북달 랍비는 2014년 센트럴 시나고그의 수석 랍비로 취임하며 185년 역사를 가진 이 회당을 이끄는 최초의 여성,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이 됐다. 이날 그는 자신의 신앙 여정을 들려준 뒤 직접 기타 연주로 한국의 ‘아리랑’과 히브리 전통 음악을 선보여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와 감동을 이끌어 냈다.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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