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감기인 줄 알았던 기침, 폐렴의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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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감기인 줄 알았던 기침, 폐렴의 신호일 수 있다

웹마스터


임영빈

K-day PACE 원장


겨울철이 되면 대부분의 호흡기 증상은 ‘감기겠지’ 하고 지나가기 쉽다. 그러나 내과진료 현장에서는 감기처럼 시작된 증상 뒤에서 조용히 자라난 폐렴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감기와 폐렴은 모두 기침과 가벼운 발열을 동반해 얼핏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감기는 대개 일주일 내 호전되는 가벼운 질환인 반면, 폐렴은 빠르게 진행하며 특히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에게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다. 감기와 폐렴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호흡곤란과 전신 상태의 변화다. 감기 환자는 기침이 심해도 숨이 차거나 일상 활동이 어려워질 정도로 피곤해지는 일은 드물다. 반면 폐렴에서는 숨을 들이쉴 때 통증이 나타나고, 호흡이 평소보다 빨라지거나 계단을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찬다. 열의 양상 역시 다르다. 감기의 미열은 며칠 내 가라앉지만, 폐렴은 높은 열이 지속되거나 해열제를 복용해도 다시 열이 오르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시니어에게는 이러한 전형적 폐렴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폐렴이 감기로 오인되어 치료가 늦어지고 결국 위험한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 적지 않다. 노화는 폐렴의 임상 양상을 조용하게 만든다. 면역기능이 떨어지면서 감염이 있어도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못해 고열이 나타나지 않거나 아주 미미하게 나타난다. 또한 기침 반사가 약해져 가래가 쌓여도 충분히 기침을 하지 못하므로, 폐렴이 있음에도 기침이 적거나 거의 없을 수 있다. 폐 용적과 호흡근력의 감소로 인해 호흡곤란 역시 애매하게 느껴져 “평소보다 조금 숨이 차다” 정도로 표현되는 경우가 흔하다. 여기에 뇌 기능과 신경계 반응의 둔화가 겹치면 환자는 스스로 몸의 변화를 명확히 자각하거나 표현하지 못한다. 그 결과 전형적인 폐렴 증상 대신 식욕 감소, 갑작스러운 무기력, 졸음 증가, 혼돈 같은 비특이적 증상만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이를 흔히 ‘조용한 폐렴’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 조용함이 시니어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많은 시니어는 이미 여러 기저질환을 갖고 있어 폐렴의 증상이 더욱 가려진다. 당뇨환자는 면역반응이 약해 열이 잘 나지 않고, 심부전 환자는 기침과 호흡곤란이 폐렴과 쉽게 혼동된다. COPD나 천식이 있는 환자는 감염 시 폐렴으로 급격히 악화되기 쉬우며, 치매환자는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뇌졸중 후유증이 있는 환자는 기침반사가 약해져 흡인성 폐렴 위험이 크다. 이렇게 여러 위험 요소가 겹쳐 있기 때문에 시니어에게서 “감기 같다”는 말은 전혀 안심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


결국 의사는 시니어에게 감기 증상이 있을 때 항상 폐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증상이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기침이 오래 지속되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기력이 약해졌다면 지체 없이 영상검사나 염증 수치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X-ray 소견이 모호하거나 염증 수치가 경계선이라도 연령과 기저질환을 고려해 조기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길일 때가 많다. 시니어의 폐렴은 전형적이지 않고, 조용하며, 발견이 늦으면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겨울, 우리는 감기라는 이름 아래 숨어 있는 폐렴의 신호를 더 예민하게 살펴야 한다. 열이 오래 가거나, 식욕이 줄고, 기력이 떨어지는 변화가 보인다면 그것은 단순한 감기가 아닐 수 있다. 언제든 폐렴을 의심하고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것, 그 임상적 경계심이 더 많은 시니어의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문의 (213) 757-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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