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RFK 기념비, 낙서와 쓰레기 속 방치
옛 앰버서더 호텔 부지에 설치된 RFK 기념비. 낙서와 쓰레기 속 방치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RFK 탄생 100주년
낙서·오물·시설 파손 등
"한인타운 자화상" 비판
1968년 6월 5일 LA한인타운 앰배서더 호텔에서 팔레스타인계 요르단 출신 이민자인 시르한 비샤라 시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전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로버트 F. 케네디(이하 RFK) 탄생 100주년(11월20일)을 맞았지만 한인타운 내 RFK 기념비가 수년간 관리 부실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LA타임스(LAT)는 한인타운의 ‘RFK 기념비’가 낙서·쓰레기·물 고임·파손된 시설물 등으로 방치돼 “기념비라기보다 버려진 공터에 가깝다”고 20일 특집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문제가 된 공간은 윌셔 불버바드와 웨스턴 애비뉴 인근 옛 앰배서더 호텔 부지에 조성된 추모 구역으로 총탄에 희생된 RFK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수년간 유지·관리 예산과 책임 기관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사실상 무주공산이 된 상태다. 주민들은 “밤이면 노숙자들이 머물고, 구역 내부는 늘 지저분하다”며 “이곳이 RFK의 유산을 기리는 장소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LA시 관계자는 LAT와의 인터뷰에서 “예산과 행정적 우선순위 문제로 유지보수가 지속적으로 지연돼 왔다”며 “앞으로 관리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성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RFK는 인권·노동·빈곤 문제 해결에 앞장섰던 정치인이자 한인 이민사회에서도 ‘정의와 연대의 상징’으로 존경받아왔다. 그러나 현재의 기념비 모습은 그의 유산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커뮤니티 단체들은 “케네디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시가 즉각적인 정비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인사회는 LA시의 역할과 함께 한인 커뮤니티 자체가 이 문제를 정치·역사적 의제로 적극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RFK 기념비는 한인타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중요한 상징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방치된 모습은 지역 정체성과 커뮤니티 역량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미관 문제를 넘어 한인타운이 앞으로 어떤 도시이자 어떤 커뮤니티로 성장할 것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훈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