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정이 ‘추방의 덫’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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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법정이 ‘추방의 덫’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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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당국 요원들이 이민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AP



정기 심리인 줄 알고 출석

고의 기각 직후 바로 체포 

ICE-국토안보부 사전 조율 

공포 확산, 출석 않고 잠적도

 


 

전국의 이민 법원이 이민자들의 '추방의 덫'으로 변하고 있다. 정기적인 심리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선 이민자들이 법정을 나서는 순간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에게 곧 바로 체포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미국에 거주해 온 쿠바 출신 남성도  최근 심리에 출석하기 위해 뉴욕의 이민 법정에 들어섰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법이 요구하는 대로 합법적 거주자인 아내와 생후 7개월 된 아기도 함께 데리고 갔다. 하지만 법정에서 정부 측 검사 역할을 하는 국토안보부(DHS) 변호사가 그의 난민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고 판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순식간에 ‘신속추방’ 대상이 된 그는  법정을 나서자 마자 대기하고 있던 ICE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다. 


AP통신이 지난 수개월 간 21개 도시의 이민법원을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이처럼 이민자 케이스를 고의로 기각해 체포로 연결하는 방식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DHS 변호사들은 기각이 가능한 사건을 정리해 ICE와 사전 공유하고, ICE 요원들은 법정 복도에서 문자 지시를 받으며 대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은 DHS와 ICE는 이민자의 출석 하루 전부터 대상자를 정해 놓고, 판사가 사건을 기각하는 순간 체포가 이루어지도록 조율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체포된 이민자 중 상당수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범죄 기록이 없는 남성들이 많다고 밝혔다.  


전직 판사인 애슐리 타바도르는 “법정은 공정성과 존엄, 중립성을 기대하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지금의 이민 법원은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9개월간 ‘관대하다’고 판단된 이민 판사 90명을해임했고, 비공개 망명 심리에서 즉석 수갑 체포를 지시하는 등 이민 법원 체계를 전면 재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민법정이 ‘체포 매복’ 스팟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민자들 사이의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이민자들은 법정 출석 대신 온라인 심리를 요구하거나 아예 출석을 포기하고 잠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추방 압박 정책으로 인해 자진 출국도 치솟고 있다. 올 1~8월 자진 출국을 요청한 이민자 수는 1만4000 명을 넘어서며 지난 5년을 합친 수치보다 많았다. 

 

이민단체들은 "현재의 이민 법정이 절차적 정의를 잃고, 대규모 추방을 위한 ‘패스트트랙 시스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의 독립성을 되찾고 적법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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