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당뇨병 있으면 美 거주비자 못 받는다
연방정부가 건강문제가 있는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불허하는 강경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뉴욕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들. /AP
연방국무부 새 지침 논란
전 세계 공관에 공문 전달
비자 신청자 건강조건 강화
연방정부가 미국 거주비자를 신청하는 외국인이 당뇨병이나 비만 등 특정 질환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연방국무부가 각국 대사관과 영사관에 보낸 공문을 KFF 헬스뉴스가 입수해 보도한 데 따르면 이번 지침은 비자 심사관들에게 연령, 공공복지 의존 가능성 등 새로운 기준을 근거로 신청자의 입국 적격성을 판단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공문은 이러한 신청자가 건강 문제나 연령으로 인해 미국에 재정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동안 잠재적 이민자의 건강 상태 평가는 결핵 등 전염병 검사와 예방접종 기록 확인 등 일부 항목에 한해 이루어졌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지침이 고려해야 할 질환 범위를 크게 확대하고, 비자 심사관에게 건강 상태를 근거로 입국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침은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 이민 정책의 일환으로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고 미국으로의 이민을 억제하려는 전략의 일부로 평가된다. 백악관은 대규모 체포, 특정 국가 출신 난민 입국 금지, 체류 인원 제한 강화 등을 추진해왔다.
공문은 영구 거주 비자를 신청하는 거의 모든 대상자에게 적용되지만 실제로는 영주권 신청자에 한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가톨릭 이민법 네트워크(CLINIC)의 찰스 휠러 선임 변호사는 밝혔다. 공문에는 “신청자의 건강 상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암, 당뇨병, 대사 질환, 신경계 질환, 정신 건강 문제 등 특정 질병은 수십만달러에 달하는 치료 비용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0%가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심혈관 질환 또한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 원인이다. 공문은 또한 비만 등 천식, 수면무호흡,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는 상태도 ‘공적 부담’ 판단에 포함시키도록 권고했다. 비자 심사관은 신청자가 미국 정부의 지원 없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공문에는 “신청자가 향후 전체 예상 수명 동안 공적 현금 지원이나 장기 기관 입원을 필요로 하지 않고 치료비를 충당할 충분한 재원을 갖추고 있는가?”라고 명시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침이 비자 심사관이 의료 전문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향후 발생할 의료 비용이나 응급 상황을 추측하도록 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한다. 휠러 변호사는 “심사관이 자신의 판단이나 편견을 근거로 결정을 내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침은 신청자의 가족 건강 상태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공문에는 “부양가족 중 장애나 만성질환 등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경우, 신청자가 근로를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한편 이민자는 이미 미국 대사관이 승인한 의사에게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