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와 인생] 다리와 신발
김영균
팝 피아니스트
한인타운 북쪽, 그리피스파크 언덕 위에는 윌슨과 하딩 골프코스가 있다. 관리 상태도 훌륭하고, 이용객의 대부분이 한인일 정도로 친숙한 곳이다. 필자 역시 골프를 좋아해 주말마다 빠지지 않고 필드를 찾는데, 골프를 하다 보면 참 인생과 닮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잘 맞을 때도 있지만 실수도 잦고, 그에 따라 감정도 널뛰기를 한다. 그날도 그랬다. 이상하게 공이 맞지 않아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런데 앞 팀에 있던 젊은 미국인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오른쪽 다리는 의족, 오른팔엔 손목이 없었다. 아마도 군 복무 중 입은 부상이 아닐까 생각됐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가 보여준 스윙이었다. 마치 프로골퍼처럼 정확하고 아름다운 자세로 공을 멀리 날려 보냈다.
두 팔과 두 다리를 온전히 가진 내가 그 앞에서 괜히 작아지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기 어려울 정도였다. 함께 있던 사람들도 감탄과 존경의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오래전 들었던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독일의 자유주의 정치가 마르틴 바덴(Martin Baden)은 젊은 시절 극보수 세력에 밀려 고난을 겪고 있었다. 어느 지방 도시의 허름한 여관에서 하룻밤을 지냈는데,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신발을 도둑맞은 것이었다. 그는 하늘을 향해 “어찌 이 불쌍한 내 신발을 가져가게 하십니까!”라며 분노했다. 그때 여관 주인이 낡은 신발 한 켤레를 건네며 교회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바덴은 무릎 아래로 두 다리가 없는 한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순간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 사람은 신발이 없어 신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신발을 신을 다리 자체가 없구나. 그런데 나는 신발 하나 잃어버렸다고 세상을 원망했구나.” 그는 그날 이후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결국 그는 독일의 재무장관이 되어 국민에게 존경 받는 정치인이 되었다.
앞 팀의 젊은 골퍼를 본 후로, 필자는 공이 잘 안 맞아도 화를 내는 습관을 버렸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샷이 완벽하다면 골프가 무슨 재미가 있을까? 매번 홀인원을 한다면 그건 더 이상 골프가 아니다. 실수가 있기에 다시 배우고, 그래서 더 성장하는 게 아닌가.” 그날 이후 필자는 공을 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신발을 잃었다고 슬퍼하지 말고, 다리를 가진 것에 감사하자. 한 번의 미스샷에 화내지 말고, 다시 한 번 스윙 할 수 있는 오늘을 감사하자. (전 수원여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