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오른 집값, 지역 격차는 더 커졌다
기술·금융도시들 약진
제조업 중심지는 쇠퇴
1975년 이후 미국은 정치, 기술, 패션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를 겪었으며, 주택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부동산 전문 매체 ‘리얼터 닷컴’이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50년간 주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975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50대 주요 도시 모두에서 주택 가치는 상승했지만 지역별 격차는 매우 컸다. 특히 해안 지역의 기술·금융 중심 도시들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기준에서 3배 이상의 집값 상승을 기록한 반면, 선벨트(Sun Belt)와 러스트벨트(Rust Belt) 지역의 성장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리얼터 닷컴의 수석 경제학자 제이크 크리멜은 “미국이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서비스·정보 경제로 전환되면서 지역별 노동시장과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어떤 지역은 그 변화로 큰 수혜를 입었지만 일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고 설명했다.
◇서부 해안, 기술 중심지 주택가격 폭등
서부 해안 주택시장은 지난 반세기 동안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인 북가주 샌호세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396% 급등하며, 2024년에는 단독주택 중간 가격이 200만달러를 돌파했다. 2025년 9월 기준 샌호세의 중간 매물가는 136만 달러로 미국에서 가장 비싼 주택 시장으로 기록됐다.
산호세 외에도 샌프란시스코(300%), LA(292%)가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시애틀은 280%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서부 해안 기술 도시의 위상을 이어갔다. 크리멜은 “1980년대부터 대학, 연구개발, 주요 기업이 IT 산업을 주도하면서 이들 지역이 거대한 기술 중심지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동부 해안, 금융중심 도시도 강세
동부 해안의 전통적인 금융·고소득 도시들도 1980~2000년대 동안 주택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보스턴은 196%, 뉴욕과 덴버는 16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크리멜은 “금융 서비스 산업의 현대화와 디지털화가 일자리 창출과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보스턴과 뉴욕은 제한적인 토지 사용과 조닝 규제로 신규 주택 공급이 제한되면서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러스트벨트·제조업 도시, 주택시장 부진
반면 과거 제조업 중심지였던 도시들은 고용 구조 전환에 실패하며 주택 시장이 정체됐다. 테네시주 멤피스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는 50년간 주택 가치가 2% 상승에 불과했고, 앨라배마주 버밍햄은 9% 상승에 그쳤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는 26%로 조금 나았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에 한참 못 미쳤다. 크리멜은 “제조업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되면서 경제가 침체됐고, 기술·금융 중심지로 재탄생할 자본이나 인력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 현재 피츠버그의 단독주택 중간가격은 25만4950달러로 미국에서 가장 낮으며, 클리블랜드가 25만9950달러로 뒤를 이었다.
이번 분석은 지난 50년간 미국 주택시장이 지역 경제 구조와 산업 전환에 따라 극명하게 분리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