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입맛 돋우는 약 주세요!"
입맛이 없거나 체중이 줄은 시니어 환자들 사이에서 흔히 ‘입맛 돋우는 약’을 복용해 보라는 말이 돌아다닌다. 그런 약이 존재할까? 있긴 있다. 메게이스(megace)라는 약이다. 하지만 이 약물이 어떤 계열의 약물인지, 부작용은 어떠한지, 어떤 검사를 해봐야 하는지 질문도 하지 않은 채, 주위에서 권장하기도 하고 시시도해 보고 싶어도 하니 의사로선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왜 입맛이 없을까? 일단 메게이스 약물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왜 입맛이 없는지, 왜 체중이 줄었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시니어에게는 살이 빠진 것은 적신호다. 체중감량은 시니어들에게는 높은 이환율(병에 걸리는 비율), 사망률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진바 있다. 지난 6개월에서 12개월 내에 평소 몸무게보다 5%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줄었다면 그 원인을 주치의와 의논해야한다.
흔히 일반인들은 원인이 암이 아닌가 걱정하지만 노년내과에선 시니어의 정신건강과 소화기 건강에 대한 심층검사를 한다.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났거나, 자식들이 멀리 살아 도움받기 어려울 때, 흔히 시니어는 혼자 식사를 하게 되며 우울증이 시작돼 밥맛이 없어진다. 또한, 식사준비가 귀찮아 하루 세끼보다는 끼니를 줄이게 돼 하루 권장 칼로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70세 남성은 하루에 2000~2600칼로리 섭취를 권장하고, 70세 여성은 1600~2000칼로리 섭취를 권장한다. 그 중에 10~35%는 단백질에서 오는 칼로리가 필요하다. 장년기, 노년기부터 심해지는 근감소증을 대비해서다. 이 정도 칼로리 섭취가 부담이 된다면 ‘프로틴 파우더’를 끼니 중간에 간식처럼 섭취해도 좋다.
식사를 제대로 하려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경우에는 구강문제와 위장장애를 의심한다. 치과치료를 받는 도중 제대로 씹지 못 해 음식섭취가 부족해 질 수 있다. 또한, 침분비량도 구강문제에 속하니 구강건조증도 해결해야 한다. 위장문제로 역류성 식도염과 헬리코박터로 인한 만성위염 또는 위축성 위염을 의심해 본다. 변비가 심한 분들은 이 또한 해결해야 한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 메게이스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면, 일반 약품명은 메게스트롤(Megastrol)로 여성호르몬 프로제스테론과 같은 성분의 약으로, 본래는 유방암이나 자궁암 치료에 사용되었다. 하지만 암치료 도중에 우연히 체중이 증가했기 때문에 여러 차례 항암치료와 연관된 체중감소와 에이즈(AIDS)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체중감소의 경우에는 연구가 많이 되었고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닐 때, 즉 커뮤니티에 거주하는 시니어에게는 효과가 없었고, 양로병원에 거주하는 시니어에게 사용되었을 때는 오히려 사망률이 증가해 미국노년내과학회에서는 시니어에게 위험한 약 리스트에 2015년 게재되었다. 또한, 부작용으로 위장장애, 고혈압, 혈전, 부신기능저하증, 불면증, 발기부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필자의 환자의 경우 위 사항들을 개선했을 때, 약 없이 체중이 다시 돌아왔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식사량을 측정했고, 복용하는 약들을 검토했고, 우울증을 해결했고, 시장을 자주 보게 하도록 삶의 패턴을 개선했다. 치료란 약이 전부가 아니다. 진심어린 관심과 관찰력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문의 (213) 381-3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