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와 인생] 영광과 겸손
김영균
팝 피아니스트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세 명의 우주비행사들이 ‘새뮤얼 랭글리 훈장’을 수상했다. 새뮤얼 랭글리는 무인 비행기 시험비행에 성공해 항공기 개발의 길을 연 인물이다. 금으로 만든 이 훈장은 라이트 형제가 처음 받았던 영예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 지 30년 만에 우주비행사들이 이 상을 다시 받게 된 것이다. 달에 머문 시간은 21시간 37분. 인류 최초의 발자국은 암스트롱의 것이었지만, 또 다른 발자국의 주인공은 올드린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가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첫 발자국을 못 남긴 것이 유감스럽지 않습니까?” 올드린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기자님, 한 가지 잊으신 게 있군요. 지구에 돌아왔을 때는 제가 먼저 내렸습니다. 다른 별에서 지구로 돌아온 첫 번째 사람은 바로 저입니다.” 장내는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많은 이들은 달 착륙을 이야기할 때 암스트롱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성조기를 꽂고 손을 흔든 이는 올드린이었고, 암스트롱은 달에서 찍힌 인류 최초의 사진을 기꺼이 동료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인물이 또 있었다. 바로 궤도선 조종사 콜린스였다. 그는 통신 두절과 연료 부족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침착하게 모선을 제어해 두 동료를 지구로 무사히 귀환시켰다. 하지만 그는 기자들 앞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었다.
명예는 누구나 탐하는 욕망이다. 그러나 진정한 영광은 드러냄보다 묵묵한 책임에서 비롯된다. 지도자도, 훈장을 받는 사람도 존경받을 가치를 지닌 인물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전 수원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