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상식] 금값이 오르는 이유 — 피아트머니 시대의 화폐가치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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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상식] 금값이 오르는 이유 — 피아트머니 시대의 화폐가치 훼손

웹마스터

오신석 CPA

오신석 회계그룹 대표


오늘날의 화폐는 더 이상 금이나 은으로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정부의 신용만을 바탕으로 하는 이른바 '피아트 머니(Fiat Money)' 체제에서 화폐의 가치는 중앙은행의 정책과 신뢰에 의해 유지됩니다. 그러나 정부의 과도한 부채와 중앙은행의 통화 팽창이 동시에 진행되면, 화폐의 본질적 가치는 서서히 훼손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디베이스먼트(Debasement)라고 합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부채 부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고, 사실상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여 정부를 지원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금리가 안정되고 재정 부담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통화량이 급증하면서 시중에 돈이 넘치게 됩니다. 


실제로 미국의 광의통화(M2)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약 40% 이상 증가했으며,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만 약 6조달러가 새로 공급되었습니다. 이렇게 폭증한 유동성은 물가상승과 자산버블을 유발하며, 결국 화폐의 실질 구매력을 잠식합니다.


이처럼 화폐가치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투자자들이 취하는 대표적인 전략이 바로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입니다. 이는 달러나 통화성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금·은·귀금속 등 실물가치가 보존되는 자산으로 이동하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달러와 금은 반대로 움직이지만, 시장이 “화폐 자체의 신뢰 훼손”을 우려하기 시작하면 금은 단순한 통화 대체재가 아닌 신뢰의 대체재로 인식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달러가 강세를 보여도 금값이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납니다.


최근 미국의 부채 구조와 정책적 신뢰 훼손이 바로 이 현상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연방정부의 부채는 GDP의 130%를 넘어서며, 이자비용만으로 연간 1조 달러에 달합니다. 정부는 부채 상환을 위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하고, 중앙은행은 이를 매입하며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그러나 시장은 이러한 구조를 “정책에 의한 화폐가치 희석”으로 해석합니다.


결과적으로 금리가 하락하거나 달러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여도, 투자자들은 화폐 신뢰 붕괴에 대비한 헤지 수요로 금과 은을 매입합니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는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BRICS 국가들을 중심으로 원유나 원자재 결제를 자국통화로 진행하고,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 대신 금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58% 이하로 낮아졌으며, 이는 20년 만의 최저치입니다. 이는

단순한 외환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니라, 달러 가치의 구조적 희석에 대비한 글로벌 차원의 방어 행동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오늘날의 금값 상승은 단순히 인플레이션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라, 피아트머니 시스템의 신뢰약화에 대한 경고 신호입니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시장을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릴수록, 금은 더 강한 신뢰의 상징으로 자리잡습니다. 화폐가 부채로 희석되고 정책적 신뢰가 약화될수록, 투자자들은 실물가치가 있는 금속으로 돌아갑니다. 달러는 더 이상 ‘통화의 왕’이 아니라, 부채로 대표되는 신용체계의 그림자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화폐가치 훼손 리스크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중요합니다. 인플레이션 연동채(TIPS), 금 ETF(GOLD, GLD, IAU), 실물자산, 해외통화자산 등은 단순한 수익 수단이 아니라, 신뢰 붕괴에 대비하는 핵심적 방어 수단입니다.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금값의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트렌드로 이해해야 합니다.


결국 금의 가격은 단순히 온스당 몇 달러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화폐에 대한 신뢰의 온도계입니다. 화폐는 신뢰가 있을 때만 돈으로 기능합니다. 그리고 지금 시장은, 그 신뢰가 서서히 흔들리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문이 (213) 822-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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