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부리토처럼 말아"... 이민 단속국 전신 구속복 논란

제퍼슨시티 교정센터에서 교도관들이 한 수감자에게 랩을 사용한 모습. 부검 결과에 따르면, 이 수감자는 랩으로 인해 질식사했다. /AP
이민자 추방과정
인권침해 논란 가속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일부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지가 있는 전신 구속복을 활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AP통신은 14일 불법 이민자로 체포된 적 있는 5명의 증언 등을 토대로 ICE가 올해 최소 7명의 불법 이민자에게 전신 구속복을 사용한 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랩’(WRAP)이라고 불리는 이 전신 구속복은 1990년대 후번 처음 단속 현장에 등장했다. 양손을 등 뒤로 묶고 발목도 묶은 뒤, 손·발을 뒤쪽에서 하나로 연결해 고정하는 결박법 ‘호그타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캘리포니아 교정시설에서 먼저 보급돼 쓰이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미 전역 1800개 이상 기관이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몸부림 치지 못하도록 결박하는 구조로, ‘부리토’ ‘가방’ 등으로도 불린다. 상체 하네스·하체 구속복·발목 족쇄 등으로 구성된다.
ICE 상위 부처 국토안보부(DHS)는 오바마 행정부 말기인 2015년 말부터 이 장치를 구매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랩 제작 업체에 총 26만8523달러를 지급했다. 구매 비율로 따지면 트럼프 행정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AP는 보도했다. 전체 지급 금액의 91%가 트럼프 행정부 1·2기 때 지출됐다고 한다.
랩 제조 업체는 ‘경찰을 공격하거나 자해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때’로 랩 사용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AP는 ICE가 제조사 권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랩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과정에서 랩을 입게 된 이민자들은 ICE가 별다른 위험 상황이 아닌데도 징벌적 관점에서 이를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단지 변호사와 통화를 요구하거나, 추방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했다는 이유로 랩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랩 사용 자체가 인권 침해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했다. ICE의 랩 사용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한 파트마 마루프 텍사스 A&M대학 법학교수는 “이 장비는 다른 모든 수단을 시도한 뒤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그렇게 온몸이 묶인 것만으로도 심각한 심리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ICE와 DHS는 랩 사용 기록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트리샤 맥라클린 DHS 대변인은 AP의 관련 질의에 “추방 비행 중 피구금자에 대한 구속은 오랜 기간 이어진 ICE의 표준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며 “피구금자와 동행 요원의 안전·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만 답했다.
박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