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에세이] 할로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영화 '코코(Coco, 2018)'는 할로윈 시즌에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가족 애니메이션으로, 멕시코의 전통 명절인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진건호 목사
(하톤교회 담임·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 고대의 뿌리와 인간의 두려움
매년 10월 31일이 되면 세계 곳곳에서 할로윈 축제가 열립니다. 거리는 화려한 의상과 장식으로 물들고, 아이들은 사탕 바구니를 들고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을 외치며 이웃집을 찾아다닙니다. 어른들 또한 일상의 옷을 벗고 다양한 분장 속에서 즐거움을 나눕니다. 심지어 어떤 교회들은 주일학교 차원에서 할로윈 축제를 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축제가 단순히 오락에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그 기원을 더듬어 보면, 할로윈은 인간이 삶과 죽음의 경계 앞에서 느낀 두려움과 신비를 담고 있는 의식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약 2,000년 전 고대 켈트족은 지금의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지역에서 ‘사윈(Samhain)’이라는 축제를 지냈습니다. 그들은 한 해가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를 죽음의 계절로 여겼습니다. 또한 이때 죽은 자의 영혼이 세상으로 돌아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커다란 모닥불을 피우고 제물을 바치며 영혼을 달래는 의식을 행했습니다. 사람들은 악령의 눈을 피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기괴한 복장을 했습니다. 오늘날 할로윈 분장의 전통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 잭 오 랜턴과 방황하는 인간
할로윈의 상징인 호박등불, ‘잭 오 랜턴(Jack-o’-lantern)’은 아일랜드 전설에서 비롯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 속에서 농부 잭은 교활하게 악마를 속였지만, 죽은 후에는 천국에도, 지옥에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는 어둠 속을 영원히 방황해야 했고, 손에 든 호박 속 불빛만이 길을 밝히는 유일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기억하기 위해 호박에 얼굴을 새기고 불을 밝혀 두었고, 이것이 오늘날의 잭 오 랜턴 풍습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전설은 인간의 숙명을 비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죄와 죽음 앞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영혼,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인류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호박등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을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미국에서의 대중화와 현대적 의미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사람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할로윈은 새로운 문화적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민자들은 고향의 풍습을 새로운 땅에 전했고, 미국의 문화와 결합하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할로윈의 모습이 형성되었습니다.
20세기 초반에는 아이들이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트릭 오어 트리트’ 풍습이 생겨났습니다. 또한 성인들은 화려한 코스튬 파티를 열어 일상의 구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경험했습니다. 오늘날 할로윈은 거대한 상업적 축제로 발전하여 의상, 장식, 음식, 기념품 등이 대규모로 소비되는 계절 산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본질은 여전히 죽음과 삶,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탐구하는 문화적 의식에 있습니다.
#. 문화적 성찰이 갖는 의미
할로윈은 단순히 ‘귀신 축제’나 ‘사탕 잔치’로만 볼 수 없습니다. 이 축제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지는 두려움과 상상력,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죽은 자의 영혼을 기리고 삶의 소중함을 되새기려는 마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체험하려는 열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또한 할로윈은 경계를 허물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 평범한 삶과 특별한 체험의 경계가 허물어질 때, 사람들은 새로운 자유와 해방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공동체는 유대감을 나누고, 개인은 자기 표현의 기회를 얻습니다.
#.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 보면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의 시각에서 할로윈은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성경은 분명히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은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브리서 9:27)라고 말씀합니다. 이는 죽음을 단순히 두려움이나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의 심판과 구원의 문제로 직결시킵니다. 할로윈이 보여주는 어둠과 영혼의 방황은 사실상 인간의 죄로 인한 실존적 상태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잭의 전설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진 인간이 얼마나 길을 잃고 살아가는 존재인지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의 빛”(요한복음 8:12)으로 선포합니다. 그분은 죽음의 어둠을 밝히는 참된 등불이시며, 방황하는 인간을 생명의 길로 인도하시는 분입니다. 따라서 기독교적 해석에서 할로윈은 단순히 즐기거나 경계할 축제를 넘어, 오히려 삶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기회가 됩니다. 우리는 사망과 심판의 두려움 속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통해 영원한 생명과 자유를 누리는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잭 오 랜턴의 불빛은 잠시의 위로에 불과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빛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구원의 빛입니다.
#. 다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할로윈은 고대 켈트족의 두려움에서 출발하여, 전 세계인이 즐기는 현대의 축제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그 뿌리와 상징은 여전히 죽음과 삶, 빛과 어둠의 경계에 서 있는 인간의 실존을 보여줍니다. 기독교인의 눈으로 볼 때, 이는 인간이 죄로 인해 어둠을 두려워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만 참된 안식과 구원을 발견할 수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따라서 매년 10월 마지막 날의 축제를 바라보며, 우리는 단순한 즐거움에 머무르지 않고, 죽음을 넘어서는 생명의 의미를 묵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둠을 밝히는 ‘호박등불’ 보다 더욱 찬란한 빛, 세상의 빛으로 오신 곧 예수 그리스도(요한복음 8:12) 안에서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성경은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은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브리서 9:27)라고 말씀합니다.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단순한 전통이나 풍습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영원한 운명과 직결된 주제입니다. 할로윈이 강조하는 죽음, 귀신, 어둠은 사실상 인간의 근원적 두려움을 장난스럽게 포장한 것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세상 문화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복음적 기준으로 분별하며 살아가는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